[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인문학>흰쌀밥 공양… 하얀색은 한민족의 대표색
(231) 색채와 국가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입력 : 2024. 01. 09(화) 12:42
오행 일람표, 복희팔괘 방위지도(伏羲八卦方位之圖)
한국

우리나라에서는 깨끗한 피부를 ‘백옥’같다고 CF로 광고한다. 백옥(白玉)은 순수하고 티 없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이다. 잔잔하고 심오한 동양의 보석인 백옥은 행운과 행복을 상징하는 길석(吉石)으로서 결혼 패물로도 사랑받고 있다.

한국의 전통 기본색은 검정(흑), 하양(백), 빨강(홍), 노랑(황), 파랑(청)이다. 이것을 오방색이라 한다. 오방은 동쪽, 서쪽, 남쪽, 북쪽, 그리고 중앙을 나타낸다.

하얀색은 서쪽과 가을을 의미하고, 빛을 상징한다. 태양을 숭배하는 민족은 모두 이 색을 신성하게 여겼고, 순결과 청렴을 상징하며, 우리 민족의 심성과 기질에 부합되어 한민족의 대표색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오행 중 금(金)에 속하며, 성과는 수확을 뜻한다. 인간의 의리(義)를 관장하고, 각각 폐장과 코 그리고 매운맛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출생하면 삼신상에 흰쌀밥 세 그릇을 놓았고, 삼칠일(21일째)에는 흰쌀밥과 백설기를 준비했다. 흰쌀밥은 ‘깨끗한 정성을 삼신할미에게 공양하오니 아기를 잘 보호해달라’는 기원의 상징이었다. 특히 일반 시민들은 흰쌀밥을 먹기가 어려웠으므로 흰쌀밥 공양에는 ‘소중한 것을 바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백설기는 흰무리떡이라고도 하고, 신성하다는 뜻을 의미하며, 이웃에 돌린 이유도 신성한 음식의 복을 골고루 나누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하얀색 동물을 신성하게 여겼으며, 이 동물을 잡아 받치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렸다. 하얀 사슴 백 마리가 살았다는 한라산 백록담의 설화, 하얀 학에 비유된 선비의 의복 학창의(鶴氅衣)는 하얀색 동물에 대한 숭상을 보여 주는 예이다. 특히 백호(白虎)나 백사(白蛇)는 하얀색 동물의 대표로서 신성시된 영물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햇빛이 유화부인을 비추자 그로부터 태기가 있어 알 하나를 낳았으며, 알에서 나온 아기가 주몽이다. 여기서 하얀색은 밝게 빛나는 햇빛을 의미한다. 하얀 말의 보호를 받으며 태어났다는 박혁거세의 신화도 하얀색의 상서로움을 설명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에서 나타난 백호는 풍수 사상에서 서쪽을 지키는 영물이고, 백호가 나타나면 왕실의 왕자는 성질이 순해지고, 재력이 있는 부자는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된다고 믿었다.

하얀 곰이나 하얀 뱀이 나타나면 좋은 일이 생기며, 하얀 밥을 먹으면 오래 살고, 하얀 옷을 입으면 남의 초대를 받는다. 그러나 지금은 실업자를 ‘백수’라고 표현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코팅제 생산업체인 듀폰(DuPont)은 ‘2008 듀폰 글로벌 자동차 색상 인기도 리포트’를 발표했다. 나라별 좋아하는 자동차 색상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하얀색이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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