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박물관까지 뻗은 한류, 지역도 활용해야
박찬 취재2부 기자
입력 : 2025. 07. 14(월) 15:16
박찬 취재2부 기자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필수 코스로 찾는 ‘핫 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전시 관람뿐만 아니라 전통 한복을 입은 인증사진, 인기 굿즈 구매 행렬까지 박물관은 K-컬처와 만난 새로운 형태의 문화 놀이터로 진화 중이다.

한류 열풍이 박물관으로 뻗어간 건 ‘뮷즈’(뮤지컬+굿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까치 호랑이 배지’, ‘흑립 갓끈 볼펜’ 등 전통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를 선보이며 대중문화와 연계한 콘텐츠 확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는 어떨까. 국립광주박물관도 독보적인 전통 자산을 지니고 있지만, K-컬처와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박물관 관람객 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외국인 관광객 유입 측면에서도, 서울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 지난해 국립광주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 수는 3899명으로 2023년(6803명)과 대비해 오히려 줄었다. 세계 문화 소비의 주류로 부상한 한류에 편승해 외국인 관람객 유치를 도모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국립광주박물관은 오는 12월 개관 예정인 ‘아시아도자문화관’으로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에 나선다. 광주·전남 지역은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한국 도자문화의 중심지로서 수백 년에 걸친 역사를 자랑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이 같은 전통을 바탕으로 ‘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의 거점’을 목표로 삼으며 국내외 도자문화 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해 세계적인 도자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광주형 뮷즈’를 개발해 광주만의 이야기가 담긴 도자 굿즈, 전시 연계 워크숍, 지역 작가와의 협업 등을 통해 박물관이 ‘기념품 쇼핑의 명소’로 자리 잡게 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국립광주박물관은 박물관문화재단과 협의해 아시아도자문화관에 특화된 문화상품 개발을 진행 중으로 아시아도자문화관 개관일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도자문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힙트래디션’(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즐기고 소비하는 추세) 현상에 대한 감각적 해석과 콘텐츠 기획 역량이 중요하다. 단순히 도자문화의 우수성 전파만이 아닌,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대중과의 접점을 끌어낼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인기를 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피규어나 고려청자 모티프의 이어폰 케이스, 전통을 활용한 스타벅스 MD 등은 젊은 세대가 전통문화에 대해 낡고 먼 것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로 접근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지역 문화와 연계한 드라마·웹툰·애니메이션과의 협업, 도자기로 만든 K-팝 아티스트들의 상징 오브제 등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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