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노영필>“우리 웃으면서 일합시다”
노영필 교육평론가
입력 : 2025. 06. 08(일) 18:05
노영필 교육평론가
인수과정도 없이 곧바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좀 어색하죠? 우리 웃으면서 합시다.” 나랏일을 위해 아군과 적군을 나누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하자고, 승자 갑질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국정을 두고 즐겁게 진실로 머리 맞대자고 한 말이다.

직전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 안에는 기대할 수 있는 몇 가지 희망적 요소가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렇다고 명비어천가를 읊조리자는 말은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첫째, 그는 전통적인 학벌 중심 사회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중·고졸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점은 학벌주의에 기대지 않고 성장한 경로를 보여 준다. 계파나 세력의 신의와 책임을 짊어지지 않는 이재명식의 새로운 능력주의 출현이다.

둘째, 인구 90만 조금 넘는 성남시의 소규모 지방정부를 시작으로 가장 큰 경기도를 이끌며 실무 행정을 경험했다. 사회적 약자의 현실과 지역 행정의 어려움을 체감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거시 권력 중심 정치인들과 구별된다.

셋째, 중앙 정치 세력과의 이해관계가 약하고 기득권 세력과 정경유착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직접 갈등 현장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한다. 오히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받아쳐 사법적 의혹과 논란에 맞섰다. 많은 국민은 오히려 그 공격이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시기와 모함이라고 본다.

넷째, 역대 최고 수준의 유권자 참여 속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단순한 정파의 승리가 아닌 분열된 사회의 새로운 통합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기대를 낳게 한다.

다섯째, 친위내란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던 시기,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광장 민주주의에 참여해 정권 교체를 이룬 과정에서 시대정신을 껴안고 탄생한 대통령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여섯째, 배움을 위한 최고로 좋은 교과서의 등장이다. 일을 잘하는 기준이 뭔지, 충직한 공복이 뭔지, 권력과 권한이 뭔지를 행동으로 보여 준다. 국무회의에서 “일을 제대로 합시다.” “일을 잘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 주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놀라운 면이 한두 가지 아니다. 고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은 고난은 지금도 우리 정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당시 ‘검사와의 대화’는 권력기관의 폐쇄성과 개혁 의지 사이의 충돌을 보여줬다. “그러면 막가자는 것이죠?”라는 말은 법치의 허울 뒤에 감춰진 불균형을 지적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권력이 아니라 권한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그 역시 다양한 방식의 정치적 공격에 노출되어 왔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정책들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반면 실용적 복지와 공공재정 개혁을 추진한 사례로도 평가된다. 문제는 비판이 때로 근거 없는 낙인찍기와 왜곡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특히 사법기관을 통한 정치적 견제는 그 정당성조차 논란이 되었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선 사회 전환의 갈림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분열과 갈등이 여전하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49%의 유권자가 이재명을 선택했지만, 41%는 정반대 진영에 표를 던졌다. 이는 건강한 대립일 수도 있으나, 여전히 반칙과 특권, 지역·계층 불균형 속에서 미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희망찬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쉬움도 염려도 있다.

첫째, 가장 아쉬운 분야는 교육이다. 교육은 사회 정의의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지금 교육은 교육의 사회화 기능 자체가 위태롭다. 학생들의 위기와 교사의 탈진은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한 결과다. 비판적 사고보다 순응과 성적 경쟁만이 강화되어 진실과 거짓을 가릴 힘마저 약화되고 있다. 교육문제가 그의 의제 안에 우선순위 안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 염려된다.

둘째, 진짜 대한민국을 위해 권위주의 시대의 연장선에서 ‘반국가세력’으로 둔갑된 국가폭력을 바로잡고, 진실과 화해의 장을 마련하기 바란다. 물론 한 손으론 박수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실용적 정의’와 ‘포용적 통합’은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는 선언 앞에 놓여야 할 대전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험난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IMF보다 나빠진 경제, 꼬인 외교, 분열된 사회, 내란 세력 청산 등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생존과 위기관리만으로도 정부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구조 개혁과 민주주의의 심화는 뒷전으로 밀리게 될까봐 한편에 노파심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이 약자를 향한 시선, 공동체를 향한 언어, 그리고 경청과 설득을 통해 실제로 통합의 길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의 딴지걸기, 사법권력과 언론의 횡포가 카르텔화된 사회적 상수로 굳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극단을 넘어서고, 합리적인 대화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편법과 담합, 반칙과 퇴행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바탕에 두고 국민을 크게 섬길 때다. 이것이야말로 이재명 정부가 새 시대를 열 수 있는 길이며, 민주주의가 다시 뿌리내릴 출발점이다. 그래야 모두가 웃으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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