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헌신 기억”…尹 탄핵에 5·18사적지 ‘발길’
민주묘지·전일빌딩 전국서 찾아
"오월광주가 오늘의 힘"…입 모아
시교육청 '오월버스' 학생 방문도
"민주질서 회복, 빠른 사회안정을"
입력 : 2025. 04. 08(화) 18:40
8일 오후 광주 문흥중학교 학생들이 ‘오월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윤준명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를 찾는 발길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오월 영령의 희생으로 세워진 민주주의와 헌정 수호의 의미를 되새기며, 조속한 사회 안정과 일상 회복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내비쳤다.

8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 추모공간에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각자 가족이나 친구, 혹은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공원을 찾은 이들은 경건한 눈빛으로 추모벽에 새겨진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일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열사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추모상을 조심스럽게 쓰다듬기도 했다.

인천에서 온 정준호(28)씨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 앞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의 희생을 다시 떠올리게 돼 광주를 찾게 됐다”며 “1980년 당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국민들도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오월버스’를 타고 온 문흥중학교 학생 120명이 참배에 나섰다. 오월버스는 광주시교육청이 올해 처음 운영을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학생들이 5·18 사적지를 직접 찾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도록 기획됐다.

추모비 앞에 헌화를 마친 학생들은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과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학생들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묵념을 올리며,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넋을 가슴 깊이 기렸다.

김범태 5·18민주묘지관리소장은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민주 질서가 다시 무너질 뻔했다. 이는 민주주의를 절대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경고”라며 “지난 4일 시민의 힘으로 중대한 결정을 이뤄냈지만, 민주주의의 위협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앞으로는 여러분이 그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을 연달아 목격했던 학생들은 ‘오월 현장’ 견학이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반추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영(15)군은 “최근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겪으며, 국민 모두가 느꼈던 불안과 공포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령들이 남긴 광주정신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오월 영령들의 희생을 다시 떠올리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묘지를 찾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최근 타지역에서 온 방문자들이 크게 늘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김범태 소장의 설명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최정운(60)씨는 “국민의 위대한 승리를 지켜보며, 꼭 민주주의의 성지를 찾아 영령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직접 와보니 가슴이 저리고, 그날의 아픔이 너무나 크게 다가와 눈물이 났다”며 “민주질서 회복에 다행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국민 모두가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고 사회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구 전일빌딩245에도 방문객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탄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벽면 앞에 조용히 멈춰 서서, 그날의 참혹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깊은 상념에 잠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정상건(62)씨는 “5·18민주화운동 세대로서 늘 마음속에 부채 의식을 안고 살아왔다. 직접 광주에 오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돌았다”며 “광주는 오늘날 한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뿌리이자 힘이다. 탄핵이 인용된 지금,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사회일반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