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풍류 한 장면 고스란히 ‘희경루방회도’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도자기, 풍류를 품다’
누정문화의 도자기 상징성 조명
지난해 중건 ‘희경루’ 원형 감상
화개현구장도 등 보물 3점 눈길
공감각적 ‘풍류 공간’ 연출 감상
입력 : 2024. 06. 23(일) 17:14
희경루방회도.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지난해 9월 광주공원 일대에 중건된 희경루.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한다’라는 뜻의 희경루는 1430년 강등된 무진군에서 1451년 광주목으로 승격·복호됨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누각이다. 선조들은 이곳에서 시회, 연회, 경연, 활쏘기 등의 풍류를 즐겼다.

신숙주(1417~1475)는 희경루를 ‘동방(東方)에서 제일가는 루(樓)’라 칭했다. 신숙주의 ‘희경루기(喜慶樓記)’에는 “남북이 5칸이고, 동서가 4칸이니, 넓고 훌륭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제일이었다. 동쪽으로는 큰 길에 닿았고 서쪽으로는 긴 대밭을 굽어보며, 북쪽에는 연못을 파서 연꽃을 심고 동쪽에는 사장(射場)을 만들어 덕을 보는 장소로 삼으니, 손님과 주인이 이제야 비로소 올라 쉬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고 쓰여 있다.

광주시는 중건 당시 조선 명종 때 그려진 것으로 추청되는 ‘희경루방회도’에 그려진 모습과 문헌 자료 등을 참고해 모습을 재현했다. 이 그림은 1546년 증광시 문무과에 합격한 동기생 5명이 20년 만인 1567년에 희경루에서 다시 만나 친목 모임을 하는 풍류의 풍경이 담겨있다. 보물 1879호로 지정된 희경루방회도는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소장하고 있다. 희경루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희경루방회도’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풍류의 한 장면이 담긴 ‘희경루방회도’ 등을 준비한 특별전 ‘도자기, 풍류를 품다’를 오는 9월 22일까지 개최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해 10월 개최한 ‘조선의 공간과 도자기’ 학술대회에서 도자기가 조선시대 누정문화에서 어떤 쓰임새와 상징성을 가졌는지를 광주·전남 지역 원림의 발굴 성과와 함께 살펴본 바 있다. 이번 특별전은 위 학술대회 성과를 바탕으로 공간 속 도자기의 쓰임을 ‘풍류’라는 주제로 엮어 풀어본다. 전시에서는 ‘희경루방회도’를 비롯한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3점과 서울시유형문화유산 2점 등 총 180건 196점을 선보인다.

조선 중기의 종실 출신 화가인 이징(1581~1653)이 그린 ‘화개현구장도’도 광주·전남 지역에 처음으로 전시한다. 조선 전기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정여창(1450~1504)의 별장을 그린 이 그림에서는 당시 문인들이 바랐던 이상적인 은거지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산수 무늬 팔각 연적’은 중국 후난성(湖南省) 둥팅호(洞定湖) 주변의 여덟 가지 절경을 무늬로 나타냈다. 도자기의 흰 면을 풍류의 공간으로 삼아 이상적 산수를 형상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신수무늬팔각연적.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전시는 네 가지 주제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풍류의 공간, 누각과 정자’는 현실 속 공간인 정자 이야기로 시작한다. 무등산 자락의 정자는 지식인들의 학문 연마와 문학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집결지인 동시에, 시문학을 감상하고, 창작하는 산실이면서 술과 차를 곁들인 풍류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전시는 여러 문헌과 자료 등을 근거로 광주·전남 일대 누각과 정자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본다.

두 번째, ‘최고의 민간 정원 소쇄원 그리고 도자기’는 소쇄원 광풍각의 평면도를 바탕으로 도자기가 있던 내부 공간 연출을 재해석했다. 관람객은 재해석된 정자에서 시각·청각·후각 등 공감각적 공간 연출을 통해 한 자락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풍류를 즐긴 자리의 도자기’는 도자기에 직접 담아낸 흥취 가득한 시를 감상하며 풍류를 느껴보는 공간이다. 특히 광주·전남 일대에서 발굴한 누정 유적 7곳의 대표적인 도자기를 최초로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전시품은 풍류의 현장인 누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실체적인 자료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네 번째, ‘풍류를 품은 도자기’는 문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자기를 소개한다. 조선 후기 아름다운 것을 즐기며 구경하는 ‘완상玩賞’이 유행한다. 전시는 당시 사회상을 투영하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완상물로서 도자기가 또 다른 풍류 공간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살펴본다.

국립광주박물관 관계자는 “특별전 관람으로 옛사람의 풍류를 느끼고 즐겨, 바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도자기, 풍류를 품다’ 전경 모습.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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