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다리 떨다 돌연 무지개다리…원인불명 고양이 질병 확산
입력 : 2024. 04. 17(수) 07:37
묘연 보도자료 2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고양이 이상 질환이 돌면서 반려묘 ‘집사’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고양이들이 2~3일 안에 숨지는 사례가 늘면서 대한수의학회도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고양이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인 모를 근육 질병 증세를 보이던 고양이들이 단시간에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다리를 절고, 식욕이 줄어들며, 혈뇨를 하는 등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는 증언이 다수였다.

경기도 양주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기르는 윤모씨는 지난 12일 반려묘 ‘마루’를 떠나보냈다. 10일 퇴근 뒤 뒷다리를 절룩이던 모습을 발견한 지 사흘 만이었다.

윤씨는 와 통화에서 “평소 잘 뛰어놀던 아이였기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하루 이틀 정도 지켜보려고 했다”며 “그런데 다음날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밥도 안 먹고 구석에 가서 옆으로 누워만 있더라. 침대에도 잘 올라가는데 그날은 침대에 올라가다 뒤집어지며 쓰러져 깜짝 놀랐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12일 병원에 가서 피검사와 엑스선 촬영 등 검진했지만 염증 수치가 높아진 것 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그렇게 집에 왔는데 3시간 만에 떠났다”며 “부검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었다. 장례를 치르고 좀 알아보니 우리 아이와 비슷한 증상으로 앓는 반려묘들의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더라”고 전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고양이 사료를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증상을 보인 고양이들이 공통으로 같은 곳에서 제조된 사료를 먹고 탈이 났다는 점에서다. 윤씨는 “같은 사료를 먹인 부모님의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도 마루와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수의사회도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고양이 이상 질병이 여러 건 보고됐다며 보호자들에게 주의와 관심을 촉구했다.

수의사회는 “원충성 질병(고양이에서 기생하는 원충에 의한 전염성 질환)이 의심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유사한 사례가 산발적으로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사료 또는 모래 등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밀 검사 결과 등에 따라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묘연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자체 피해 사례 분석을 통해 이런 증상을 앓는 반려묘들이 특정 업체에서 만든 고양이 사료를 먹고 탈이 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묘연과 라이프에 따르면 “15일까지 파악한 피해 고양이 80마리 가운데 31마리가 사망했고 47마리는 입원과 통원 치료 중이며, 2마리는 회복 중”이라며 “입원한 고양이 중 중증이 많아 사망 개체수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망한 고양이들은 4개월령부터 10살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품종도 먼치킨, 브리티시숏헤어, 아메리칸숏헤어, 코리안숏헤어 등 특정 품종에 제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지역 역시 서울, 인천, 대구, 부산, 의정부, 김포, 성남, 양주, 구미, 함양, 김해, 광주, 순천 등 전국적으로 퍼져있었다.

묘연과 라이프는 “특정 전염성 질병이 원인으로 지적되긴 힘들어 보이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원충 감염 의심의 경우도 예방접종이 잘 이행된 실내 반려묘들이 피해를 겪은 것으로 볼 때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사망하거나 급성 질환을 겪고 있는 반려묘들의 공통된 특징은 49가구 대부분이 특정 제조원에서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생산된 고양이 사료를 급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 중 일부 제조원은 상호명만 달리하고 제조 공장의 주소지는 동일한 곳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의사회는 “아직 원인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 없는 단계”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에 “수의사회 회원인 동물병원 측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농림축산식품부 소속기관에 사망한 고양이들의 부검과 사료 품질 검사를 의뢰한 상태로,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태 초기에는 환묘에게 원충성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있었던 사례들이 많아서 원충성 질병을 원인으로 의심했지만, 지금은 양상이 변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파악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생 지역이나 연령대 등에서 겹치는 부분이 없다 보니 고양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사료나 모래, 어떤 특정 용품을 통해서 발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인을 섣부르게 추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제조 회사로 지목된 A사는 지난 12일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를 통해 “수의사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충성 질병이 유력하게 의심되고 있다”며 원충성 질병의 원인인 충란(알)이 제조 사료에서 발견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등 해명에 나섰다.

A사는 “충란은 70도에서 최소 10분 동안 가열하면 죽는다. 당사에서 제조하는 사료는 가열 공정을 거치는 팽화 사료로, 120도에서 최소 20분간 익히게 된다”며 “이러한 제조공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제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A사 관계자는 추가적인 입장이 있느냐는 의 질문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아직은 별도의 입장을 낼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일선 임상수의사들과 수의사회 회원들이 환묘 사례를 수집하면서 원인 규명에 나섰고, 한편으로는 환묘들에게 효과가 있었던 치료법을 공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정밀 검사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내에 나올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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