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담벼락 붕괴… ‘노후주택’ 주민 안전 위협
집중호우에 지붕 파손 등 잇따라
광주·전남 30년 이상 주택 48만호
소유주 비용 부담 꺼려 보수 외면
“리모델링 등 활성화 방안 추진을”
입력 : 2024. 09. 24(화) 18:27
23일 오후 광주 동구 동명동의 한 주택 벽면 곳곳에 균열이 나 있는 가운데 붕괴 위험 주의문이 부착돼 있다. 윤준명 기자
지난 주말 광주·전남지역에 강한 비가 이어지면서 노후된 주택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오래된 주택과 빈집이 많은 지역 특성상 자연재해 발생 시 주택 파손으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광주지방기상청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여수 401.5㎜, 장흥 339.3㎜, 순천 331.5㎜ 등 광주·전남 전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비로 지역 곳곳에서는 노후주택의 담벼락이 무너지고 지붕이 파손되는 피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지난 21일 오전 6시30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주택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해당 건물은 1982년 사용 승인된 준공 40년이 넘은 주택으로 새벽 사이 내린 강한 비로 인해 담장이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주택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으로 주택 내부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1대가 일부 파손됐다.

고흥 고흥읍과 순천 해룡면에서도 노후주택의 지붕 일부가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광주·전남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오래된 주택과 소유주의 관리가 미비한 빈집이 많아 주택 파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지역 내 준공 30년 이상된 주택은 △광주 14만2277호 △전남 34만5596호이며, 준공 35년이 지난 미거주 주택(빈집)의 경우 △광주 1만380호 △전남 5만8649호에 달한다.

매년 노후주택이 파손·붕괴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책임자인 소유주가 비용 부담 탓에 보수·보강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오전 6시30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주택 담장이 무너져 내려 차량 1대가 파손됐다. 광주 북구 제공
노후 주택가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날씨가 궂을 때면 붕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 동구 동명동에 거주하는 김모(24)씨는 “동네에 오래된 주택이 많아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내리는 경우 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며 “독거노인분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건물 붕괴 시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지자체의 노후주택 정기 안전점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소연했다.

지자체는 노후주택 보수·정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주택은 사유시설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시설을 점검·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취약계층의 경우 스스로 집을 수리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아 지자체 차원에서 개·보수를 지원하고 있다”며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노후주택의 호수가 많아 즉각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수가 시급한 주택부터 우선으로 개·보수 지원에 나서는 중이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는 지난 2008년부터 빈집 정비 사업에 나서고 있다. 관리가 되지 않는 노후 빈집의 경우 철거조치 명령과 철거·정비사업을 펼치는 등 주택 붕괴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후주택과 빈집 철거·정비와 함께 장기적인 도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경수 광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파손 사고의 대부분은 관리가 미비한 빈집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노후 방치주택의 경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철거·정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귀촌·귀농인, 체류 생활인구에 임대하는 주택 재활용과 거점 마을사업 등 장기적인 지방 도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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