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오월’ 예산 삭감하고 지역구 예산은 증액
5·18 대중교통·민주교육 등 삭감
축제·의원활동비 등은 90억 증액
오월단체·시민사회 “시대에 역행”
의회 “계수 조정 과정서 재논의”
입력 : 2024. 12. 11(수) 18:30
지난 9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25년도 광주시 본예산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내년도 광주시 주요 사업 예산을 400억원 넘게 삭감하고 자신들의 지역구 축제 예산 등은 증액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오월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11일 광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상임위원회는 최근 광주시가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 7조6069억원 중 407억500만원을 감액했다. 이중에는 광주시와 시의회가 올해 4월 광주시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기본조례를 제정해 추진한 ‘5·18 당일 대중교통 무료 사업’도 포함됐다. 또 △민주보훈과가 제출한 민주시민교육비 4000만원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의 전시·운영비 6000만원 △국내외 교류 협력비 1500만원 등도 줄줄이 삭감됐다.

특히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5·18 대중교통 무료 사업’은 전액 삭감돼 시민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은 내년도 예산안에 시내버스 무료 이용금 2억6800만원·도시철도 무료 이용금 5100만원을 제출했다.

시의회는 대중교통 지원 예산이 중복돼 해당 사업 추진 시 ‘시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는 “시에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용으로 연간 1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고 도시철도 또한 적자를 보존하는 예산이 반영돼 있다”며 “시는 현재 긴축재정이 필요한 시기다. 여러 제반 사항에 따라 추가 지원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필요 시 교통국으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기본조례’에 따라 편성한 금액인 만큼 해당 예산이 보전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례 19조 3항에는 ‘5·18 정신계승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내버스·도시철도 무임승차 등 지방 공휴일 취지에 맞는 사업 등에 예산 범위에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박용수 민주인권평화국장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광주와 민주화에 대한 전국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이 사업을 통해 도시철도를 이용한 시민은 하루 6만명에 달한다”며 “‘5·18’은 인권·민주화의 도시 광주의 상징과도 같다. 시와 의회가 합심해 기본조례를 제정한 만큼 오월정신을 선양하는 마음으로 예산을 심의해 달라”고 말했다.

5·18예산 삭감을 두고 오월·시민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범태 5·18민주묘지관리소장은 “5·18당일에 민주묘지는 (사람이 몰려) 공식적으로 차를 가지고 오지 못하게 공지를 한다. 특히 외지인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하는데, 증차를 하지 못할 망정 여건을 축소했다는 점은 의아스럽다”며 “정국 상황 상 연말연초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계엄의 두려움과 역사의 아픔을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만큼 더욱 많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시와 의회에서 5·18통합조례를 만든다고 해 정말 기뻐했다. 대중교통 지원도 좋은 사업이라는 평이 많다. 그런데 내년 5·18 45주년을 앞두고 갑작스레 규모가 축소되는 건 맞지 않다”며 “오월정신은 너나할 것 없이 서로 돕는 민주·평화 정신이다. 교통비 지원 또한 그 결을 충분히 같이 한다. 외지인들이 광주에 왔을 때 ‘이날은 뭔가 특별하구나’, ‘광주는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수 있도록 꼭 사업이 재추진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시의회는 이번 본예산안에 지역구 축제, 자치구 도시공원 관리, 시의원 출장비 등 의원들과 밀접한 지역구나 조례 관련 예산은 신규 증액·편성했다. 구체적으로 △자치구 도시공원 관리예산 10억원 △장기 요양법인생활시설 지원 1억1500만원 △양동시장 통맥축제 2억원 △무등시장 야시장축제 1억원 △국외출장수행여비 4200만원 등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서구지역위 관계자는 “최근 행정사무감사 등 의회와 집행부 간 앙금이 있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여파가 시민들의 생활과 연결된 내년 예산으로까지 미치면 안 된다”며 “여기에 양동시장 축제 비용 추가 등으로 내부에서는 ‘2026년 지방선거 표심 얻기 예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의회는 각계의 우려가 잇따르자 ‘예결위 계수 조정에서 재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시의회 예결위 의원은 이날 “5·18 대중교통 무료 사업을 살리는 방안을 추진해 보겠다”며 “다만 민주인권평화국 자체 예산으로 갈지 교통국 예산으로 갈지 등 여러 논의가 필요한 만큼 확실한 대답은 아직 하기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예결위를 거친 내년도 본예산안 심의는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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