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주 북구 ‘부끄머니’ 이름 재검토해야
공감 얻지 못하면 효과 반감돼
입력 : 2025. 06. 18(수) 17:39
광주광역시 북구가 오는 9월 자치구 최초로 발행 예정인 1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명칭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북구는 공모와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역 캐릭터 ‘부끄’와 ‘머니’를 결합한 ‘부끄머니’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명칭이 발표되자 “지역화폐가 부끄러운 돈이냐”, “쓰면서 부끄러워하라는 뜻이냐”는 조롱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명칭의 의도와는 달리 ‘부끄럽다’는 단어가 먼저 연상되면서, 지역화폐 본래 취지와 이미지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 자긍심을 높이고 사용을 자연스럽게 독려할 수 있는 명칭과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부끄머니’라는 명칭은 공감과 설득력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 주민들은 “처음 들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지역화폐라는 좋은 정책을 왜 이렇게 어색한 이름으로 훼손하느냐”며 의문을 표한다. 자영업자들조차 “캐릭터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이상하게 들린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역화폐의 의미가 담겨 있고 쉽고 친숙하게 기억될 수 있는 명칭이라는 평가와는 정 반대의 반응이다.

이번 명칭 선정은 6주간 전국 공모를 거쳐 636건 중 고득점 7개 후보를 추리고, 내부 평가를 통해 결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과정이 형식에 그치고 실질적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명칭은 정책의 얼굴이다. 좋은 정책도 이름이 공감을 얻지 못하면 효과가 반감된다”며 재검토를 조언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구는 지금이라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역화폐 본래 취지를 살리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의 가치와 자존심이 걸린 사업이다. 이름 하나로 정책의 진정성과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북구의 성찰과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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