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우>수자원과 인류 동행의 길
김영우 영산강유역환경청장
입력 : 2025. 05. 08(목) 17:41
김영우 영산강유역환경청장
우리는 매일 아침 맑은 물 한 컵으로 하루를 시작 하지만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손길과 삶이 담겨 있는지 떠올리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깨끗한 물은 누군가의 조용한 배려와 인내 위에 흐르고 있다. 바로 상수원의 수질을 지키기 위해 오랜시간 동안 생활의 많은 부분을 감내해온 지역 주민들의 헌신 덕분이다.

상수원 주변 지역은 수질 보전을 위해 다양한 생활 제약을 받아왔다.

논밭을 일구는 일부터 집을 짓는 일, 가게를 여는 일, 작은 농작물 하나를 재배하는 일까지 여러 활동이 제한을 받는다.

이는 단지 불편함을 넘어 삶의 기회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묵묵히 그런 제약을 받아들이며 국가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협조해왔다.

깨끗한 물은 이들의 조용한 희생과 배려로 가능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때로 이들의 존재를 잊곤 한다.

이제는 ‘희생’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의 삶을 다시 바라봐야 할 때다.

우리가 누리는 이 혜택의 이면에 있는 삶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응답해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남의 8개 시·군(순천시, 광양시, 담양군, 보성군, 화순군, 장흥군, 강진군, 영암군)에 걸쳐 있는 상수원관리지역 주민들을 위해 2003년부터 다양한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지원액은 약 3010억원에 달하며 2025년도에는 약 18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이러한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주민과의 함께하는 진정한 상생’에 있다. 수질 보전이라는 공공의 목표 아래 오랜 시간 함께해온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이제는 공동의 이익을 나누는 주체로 존중받아야 하다. 이들은 환경을 지켜온 든든한 이웃이자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다. 상생은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공존의 실천이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질 수 없다. 물을 지켜온 사람들과 함께 흐를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는 완성된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삶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연대해야 할 소중한 삶으로 바라봐야 한다.

맑은 물은 우리 모두의 자산이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일부 지역 주민들의 조용한 헌신 위에 놓여 있다. 이제는 그분들의 삶을 돌아보며 따뜻한 감사와 함께 실질적인 응답으로 그 헌신에 보답해야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수돗물이 존재하고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일이 곧 우리 모두의 내일을 지키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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