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정상연>코끼리 아저씨의 새로운 시대
정상연 문화학 박사
입력 : 2025. 04. 29(화) 16:46
정상연 박사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가랑잎 타고 태평양 건너 갈 때에, 고래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첫눈에 반해 스리슬쩍 윙크했대요. 나는 육지 멋쟁이 당신은 바다 이쁜이 천생연분 결혼합시다.” 이 노래는 ‘독도는 우리 땅’을 불렀던 정광태(1955~)씨가 1982년에 발표한 ‘코끼리 아저씨’라는 동요이다.

생각만으로도 유쾌한 동심을 자아낸다.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스토리와 코끼리 아저씨와 고래 아가씨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만남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완벽한 소재인 듯하다. 노랫말에 담긴 대담하고도 귀여운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하지만 동화나 동요에서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아니 어떤 상상력이 뛰어난 소설에서도 다루기 힘든, 일어나서는 안 될 충격적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찌되겠는가? 대한민국의 지난 몇 개월은 보통의 상식과 가치를 뛰어넘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탄핵이 결정되기까지의 처절함은 민주주의와 정의의 실현을 위한 치열한 투쟁의 시간이었다. 더 나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간절함과 연대는 헌법과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실천이었고, 개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희생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 활동은 희망의 빛을 발휘했고, 시위 참여자들의 정치적 이슈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 등을 한 목소리로 떼창하며 에너지를 모았던 것을 비롯해 다양한 구호와 기발하고도 재미난 깃발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K팝 팬들 사이에서 사용 돼왔던 각양각색,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어둠을 뚫고 춤을 추는 모습들은 공동체 의식과 단결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되었다. 이름 하여 ‘소원봉’이다. 희망과 염원의 표상이다. 이는 문화적 저항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의 특별한 도구가 되었으며 시위의 새로운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또한 SNS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문화 활동은 세대 간 상호 작용과 연대의 요소로 역할을 했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과정으로서 사회적 결속력을 단단하게 다지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저항의 의미를 넘어 사회적 치유와 성찰을 유도하는 매개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정치적 이념과 분열이 심화되었던 때에 함께 구호를 외치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집단적 결속을 다지는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거기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 데 모여 새로운 사회적 다양성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각자의 예술적 표현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공존하는 민주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세대 간, 계층 간 그리고 지역을 넘어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을 증명한 것이다. 다양성의 가치는 단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조화로움을 기반으로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 의식을 되새기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건은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일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우리가 있을 것이다. “예식장은 용궁예식장 주례는 문어아저씨, 피아노는 오징어 폐물은 조개껍데기” 이처럼 동심과 사랑이 넘치는 나라,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한민국을 상상해본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변화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철저한 준비와 이에 따른 계획들을 차분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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