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 광주명예시민 됐다
본보, ‘푸른 눈의 목격자’ 보도
80년 봉사단 활동 중 항쟁 참여
윤상원 대변인 통역 등 적극 동참
하버드대 강연 등 진실규명 앞장
市, 내달 14일 전일빌딩서 수여식
입력 : 2025. 04. 29(화) 18:07
데이비드 돌린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며 전남도청에서 하룻밤을 보낸 유일한 외국인인 데이비드 돌린저(한국명 임대운)가 광주 명예시민이 된다.

광주광역시는 29일 1980년 5월 광주에 머물며 시민들과 함께 항쟁에 참여하고 이후에도 민주주의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헌신해온 데이비드 돌린저를 ‘광주 명예시민’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돌린저 씨는 1978년 미국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전남 영암보건소에 배치돼 결핵 환자 진료 활동을 이어오던 중, 1980년 5월 동료의 결혼식 참석차 광주를 찾았다가 항쟁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5월18일부터 시작된 계엄군의 무차별 진압과 21일 시민들에 대한 발포를 지켜본 그는 “헬리콥터에서 시민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을 보고, 이 진실을 반드시 기록하고 알리겠다고 결심했다”고 훗날 회고했다.

이후 돌린저 씨는 외신 기자들의 통역을 맡으며 도청에 남은 시민군과 함께했다. 특히 제2차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린 24일에는 ‘5·18 최후항전지’인 전남도청에서 시민군과 함께 하룻밤을 지새우며 라디오 영어 방송을 번역하는 등 계엄군 동향을 시민군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는 5·18 당시 도청에 남은 유일한 외국인으로 기록돼 있다.

돌린저 씨는 당시 윤상원 대변인의 기자회견 통역을 맡아 외신을 통해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평화봉사단에서 ‘정치적 중립 위반’을 이유로 해임되는 불이익을 겪었지만, 항쟁 이후에도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1981년까지 미군기지 강사로 근무하며 광주와 한국의 민주화운동 상황을 미국에 알렸고, 유엔인권위원회에 광주 목격담을 담은 인권침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미국 내 한국 민주화운동 지지활동에 참여했으며, 1985년 전두환 미국 방문 반대 시위, 1990년 광주항쟁 10주년 하버드대 추모 강연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2022년에는 자신이 경험한 1980년 5월 광주의 기록을 담은 회고록 ‘나의 이름은 임대운(Called by Another Name)’을 한영 동시 출간하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책의 인세 전액은 ‘임대운과 함께하는 오월’이라는 이름의 기금으로 조성돼, 5월 당사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지원에 쓰이고 있다.

돌린저씨는 전남일보와의 인터뷰(2022년 5월17일자 2면)에서 “내가 광주에서 했던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며 “5·18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로 이룬 민주주의”라며 광주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데이비드 돌린저는 국적을 넘어 5월 광주를 함께 살아낸 이웃이자 용기의 상징”이라며 “그가 남긴 기록과 정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명예시민증은 ‘광주광역시 명예시민증 수여·명예시장 추대 조례’에 따라 시정 발전에 기여하거나 광주의 위상을 높인 내·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 명예시민 선정은 공적 검토, 시정조정위원회 심의, 광주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돌린저 씨의 ‘명예시민증 수여식’은 5월14일 전일빌딩245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증인: 국경을 넘어’ 개막식에서 진행되며, 강기정 시장이 직접 수여할 계획이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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