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이기언>정답만 고르게 하는 교육, 비판적 사고 가로 막는다
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입력 : 2025. 04. 21(월) 18:16

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4월 말에서 5월 초는 대부분 학교의 중간고사 시즌이다. 이 기간 학구열이 높다고 알려진 아파트 단지나 학원 근처의 카페에 학부모들의 이용 빈도는 현저히 낮아진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시험 공부를 지원하기 위해서 마트에서 장보는 시간도,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개인 시간도 줄이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공부에만 올인 하는 풍경은 중·고등학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생들도 대학 도서관을 비롯하여 분위가 괜찮은 동네 카페에 모여 공부에 매달린다. 시험기간엔 자리 잡기도 힘들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이 ‘입시’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입학 시험은 교육의 가장 중심에 놓여 있다. 수능이라는 한 번의 평가로 십여년간의 교육과정이 성공이냐 실패냐로 갈린다. 4세 고시, 7세 고시 등 갈수록 사교육의 대상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상대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외에 ‘hagwon(학원)’은 대학 진학을 위한 거대한 입시 산업으로 소개되었고, 학부모의 교육열과 과도한 사교육비 등은 한국 교육의 모순점으로 지적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공교육은 물론이고 사교육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학습에 쏟아부은 청소년들이 과연 무엇을 공부했느냐 하는 것이다. 아마도 대학입학 시험을 잘 치르는 방법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수능에서 정답을 잘 골라내는 방법만 터득한 셈이다. 특히나 영리한 우리나라 학생들이 갈수록 정답을 잘 골라내니, 출제자의 입장에서는 ‘킬러문항’을 만들어내느라 일부러 시험문제를 최대한 어렵게 만든다. 원어민도 풀기 힘들게 출제된 외국어영역 문제를 비롯하여 오답 속 정답을 고르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객관식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한 교육은, 시험에 출제된 지식이 옳고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폐쇄적인 사고를 하도록 훈련되는 결과를 낳는다. 서울대 재학생의 학점 잘 받는 방법은 교수의 강의를 녹음하고 받아 적어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외워서 적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라는 학교 학생의 공부 비결은 우리 교육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정치적 혼란을 접하며 국민들은 분노했고, 답답해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원인을 교육에서 찾아보자면 ‘비판 교육’의 부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판과 비난을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하나의 주제로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토론의 참석자들이 평등한 주체가 아닐 경우 더욱 그러하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내놓거나 논쟁하는 것을 피하고, 그들의 의견에 순응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안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불합리하거나 불평등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동료 혹은 교사와 그러한 사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대화해 본 경험을 갖기 힘들다. 성인이 될 때까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고 행동한 경험이 얼마나 될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은 대학입시에서 높은 성적을 내기 위한 정답을 고르는 훈련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하는 비판적 사고와 토론을 통해 가능하다. 무수히 쏟아지는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역량, 국민들을 조롱하듯 아무 말이나 내뱉는 정치인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역량, 어떠한 선거 공약이 실제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역량 모두 비판적 역량을 통해 가능하다.
대한민국 역사상 국민이 선출한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국민들은 왜 이러한 선택을 하였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고, 교육을 통해 바뀐 사람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줄곧 교육을 바꾼다며 입시의 틀만 바꾸어 왔다. 이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교육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6월에 탄생할 새로운 정부에서는 진정한 교육개혁을 기대한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이 ‘입시’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입학 시험은 교육의 가장 중심에 놓여 있다. 수능이라는 한 번의 평가로 십여년간의 교육과정이 성공이냐 실패냐로 갈린다. 4세 고시, 7세 고시 등 갈수록 사교육의 대상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상대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외에 ‘hagwon(학원)’은 대학 진학을 위한 거대한 입시 산업으로 소개되었고, 학부모의 교육열과 과도한 사교육비 등은 한국 교육의 모순점으로 지적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공교육은 물론이고 사교육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학습에 쏟아부은 청소년들이 과연 무엇을 공부했느냐 하는 것이다. 아마도 대학입학 시험을 잘 치르는 방법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수능에서 정답을 잘 골라내는 방법만 터득한 셈이다. 특히나 영리한 우리나라 학생들이 갈수록 정답을 잘 골라내니, 출제자의 입장에서는 ‘킬러문항’을 만들어내느라 일부러 시험문제를 최대한 어렵게 만든다. 원어민도 풀기 힘들게 출제된 외국어영역 문제를 비롯하여 오답 속 정답을 고르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객관식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한 교육은, 시험에 출제된 지식이 옳고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폐쇄적인 사고를 하도록 훈련되는 결과를 낳는다. 서울대 재학생의 학점 잘 받는 방법은 교수의 강의를 녹음하고 받아 적어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외워서 적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라는 학교 학생의 공부 비결은 우리 교육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정치적 혼란을 접하며 국민들은 분노했고, 답답해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원인을 교육에서 찾아보자면 ‘비판 교육’의 부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판과 비난을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하나의 주제로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토론의 참석자들이 평등한 주체가 아닐 경우 더욱 그러하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내놓거나 논쟁하는 것을 피하고, 그들의 의견에 순응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안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불합리하거나 불평등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동료 혹은 교사와 그러한 사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대화해 본 경험을 갖기 힘들다. 성인이 될 때까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고 행동한 경험이 얼마나 될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은 대학입시에서 높은 성적을 내기 위한 정답을 고르는 훈련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하는 비판적 사고와 토론을 통해 가능하다. 무수히 쏟아지는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역량, 국민들을 조롱하듯 아무 말이나 내뱉는 정치인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역량, 어떠한 선거 공약이 실제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역량 모두 비판적 역량을 통해 가능하다.
대한민국 역사상 국민이 선출한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국민들은 왜 이러한 선택을 하였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고, 교육을 통해 바뀐 사람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줄곧 교육을 바꾼다며 입시의 틀만 바꾸어 왔다. 이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교육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6월에 탄생할 새로운 정부에서는 진정한 교육개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