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에 냉해 피해까지…올해도 과일 '금값' 되나
사과·배 평년비 20% 이상 비싸
'역대 최악' 산불…사과 재배면적↓
이상저온에 배 생산량 감소 우려
"소비자 부담 덜 할인 혜택 절실"
입력 : 2025. 04. 20(일) 18:10
역대 최악의 산불에 이어 4월에도 눈이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겹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일 재배 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에 따른 과일값 상승 불안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경매장에 가도 물량이 없어 상품을 떼올 수가 없습니다. 손님 중 절반은 과일값이 비싸다며 그냥 돌아가는데 여기서 가격이 더 오르면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양동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청과 상인 김모(45)씨는 과일값 상승과 수급 불안정 탓에 하루하루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과일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 데다가 경매장에서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허탕을 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미 과일 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인데 산불과 냉해 피해로 사과·배 등 주요 과일 가격이 더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걱정이 크다”며 “지금도 상품이 팔리지 않아 딸기, 바나나처럼 금방 상하는 과일은 10% 이상 폐기하고 있다. 과일 수요 자체가 줄어 예년보다 판매 물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신선한 상품 위주로 소량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역대 최악의 산불에 이어 4월에도 눈이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일 재배 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에 따른 과일값 상승 불안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봄철 이상고온과 냉해 등 복합적인 악재로 과일 개화와 생육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제기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과일’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광주지역 상품 등급 후지 사과 10개 가격은 3만933원으로, 전월보다 12.68% 높았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27.5%, 평년보다는 23.86% 각각 상승한 가격이다. 배 10개 가격은 4만7700원으로 전년보다 5.85%, 평년보다 23.45% 비쌌다.

양동시장에 ‘농축산물 할인지원’ 배너가 설치돼 있는 모습
이처럼 과일값이 이미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지역 산불 여파로 재배 면적이 줄어들면서 향후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은 국내 사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으로, 경북 전체 재배면적의 약 20%에 달한다. 이에 따라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햇사과 출하가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공급 부족은 추석이 예정된 10월 초를 앞두고 사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급격한 기온 하락으로 인한 냉해 피해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경남도 서부권을 중심으로 주요 배 산지에서 배 꽃눈의 40∼60%가량에서 씨방이 얼어 죽어 검게 갈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도내 배 전체 재배면적(475㏊)의 75% 상당에 해당하는 359㏊에 달한다. 또 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경북 상주 등에서도 심각한 동상해로 400㏊가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중순 이상고온 현상으로 배꽃이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개화했는데, 이후 아침 최저기온이 -5.2도까지 내려가는 등 기온이 영하권으로 급격히 떨어진 탓에 암술이 고사한 것이다.

과수 개화기 냉해의 경우 사과와 배는 영하 1.7도, 복숭아는 영하 1.1도 부근에서 1시간 이상 꽃눈이 저온에 노출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개화기 저온에 민감한 배는 암술머리 고사 등이 발생하면서 수확량 저조, 상품성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과일값 상승 조짐이 나타나면서 상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동시장 상인 유모(58)씨는 “요즘은 제사상에 올릴 과일도 3개, 5개 살 것을 1개만 사가는 경우가 많다. 손님들이 시장에 기대하는 가격이 있다 보니 최대한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순이익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생활에 필요한 고정 지출은 그대로라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지출 부담을 덜 수 있는 실질적인 할인 혜택 확대와 농업인과 상인들을 위한 긴급 지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시장 소비자의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6월 13일까지 전국 16개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 상시 할인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 시장 상인회 사무실에 설치한 통합 포스(POS)에서 소비자가 전용카드(이용권)를 발급받아 일정 금액을 충전하면 정부가 충전 금액의 20%를 추가로 지원한다. 5000원 단위로 행사주기(2주)별 최대 2만원 충전이 가능하며 20%인 4000원이 추가로 충전된다. 행사 참여 점포 등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https://sale.foodnuri.go.kr/main.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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