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명절 민심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5. 01. 30(목) 17:38
이용환 논설실장
정치학 용어에 ‘장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터에서 오르내리는 얘깃거리가 만들어내는 여론의 흐름을 이르는 말이다. ‘설날 밥상’도 민심이 교류하는 현장에서 만들어진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점에서 ‘장터 효과’의 전형이다. 전국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귀성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지역과 세대, 성별, 직업을 초월한 거대한 여론이 만들어진다. 다가올 1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치부터 경제까지 우리 사회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이른바 ‘명절 민심(民心)’이다.
이번 설에도 명절 민심은 어김없이 만들어졌다.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많은 소상공인과 서민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고 탄핵 정국 이후 정치인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혼돈도 이번 ‘설날 밥상’의 화두였다. 민생은 뒷전으로 돌리고 허구한 날 싸움질만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분노도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다. 무능과 무책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여당과 야당에 대한 질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유난히 많이 들려왔다.
1922년 사상가 월터 리프먼은 저서 ‘여론’을 통해 여론을 ‘탈진실(post-truth)’이라고 정의했다.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지금도 여론은 비합리적인 의견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거짓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것도 ‘탈진실’의 현실이다. 악성 루머나 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인포데믹스(infodemics)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설 명절이 지난 이후 이름 있는 정치인들이 너도 나도 여론을 핑계 삼아 자신이 들은 설 민심을 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여론이 지역민 전체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100년 전 월터 리프먼은 ‘여론은 합리적인 의견의 합이 아니라 편협한 해석의 집합’이라고 했다. 누구나 자신이 듣고 싶고,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만 듣고 자신이 원하는 해석으로 귀결시킨다는 얘기다. 자신이 선별적으로 접한 기성 언론이나 각종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만든 자신의 의견이 진실일 수 없다. 복잡한 4차산업혁명의 시대, 어찌 사라지는 것이 진실뿐 이랴만 이젠 여론마저 의심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극한 대립과 자기중심주의가 안타깝다. 이용환 논설실장
이번 설에도 명절 민심은 어김없이 만들어졌다.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많은 소상공인과 서민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고 탄핵 정국 이후 정치인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혼돈도 이번 ‘설날 밥상’의 화두였다. 민생은 뒷전으로 돌리고 허구한 날 싸움질만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분노도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다. 무능과 무책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여당과 야당에 대한 질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유난히 많이 들려왔다.
1922년 사상가 월터 리프먼은 저서 ‘여론’을 통해 여론을 ‘탈진실(post-truth)’이라고 정의했다.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지금도 여론은 비합리적인 의견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거짓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것도 ‘탈진실’의 현실이다. 악성 루머나 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인포데믹스(infodemics)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설 명절이 지난 이후 이름 있는 정치인들이 너도 나도 여론을 핑계 삼아 자신이 들은 설 민심을 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여론이 지역민 전체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100년 전 월터 리프먼은 ‘여론은 합리적인 의견의 합이 아니라 편협한 해석의 집합’이라고 했다. 누구나 자신이 듣고 싶고,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만 듣고 자신이 원하는 해석으로 귀결시킨다는 얘기다. 자신이 선별적으로 접한 기성 언론이나 각종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만든 자신의 의견이 진실일 수 없다. 복잡한 4차산업혁명의 시대, 어찌 사라지는 것이 진실뿐 이랴만 이젠 여론마저 의심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극한 대립과 자기중심주의가 안타깝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