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73년생 한동훈’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4. 12. 12(목) 18:07
이용환 논설실장
“한동훈이 국가적 리더로 부상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어린이들이 다시 대통령을 꿈꾸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지난 2023년 12월, 스페인 IE 대학 심규진 교수가 정치인 한동훈의 가치를 분석한 책 ‘73년생 한동훈’을 펴냈다. 어느 순간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른 한동훈. 저자가 한동훈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가 ‘정치에 대한 혐오와 이념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화려하면서 안정감 있는 언변, 반듯한 매너, 논리적인 말솜씨, 단정한 자기 관리, 세련된 스타일 등이 당당한 보수의 이미지를 부활시키는 한동훈만의 장점’이라는 게 심 교수의 평가였다.
기존 정치 세력과 무관하고, 환경적 결핍 없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란 ‘최고의 인재’라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었다. 개인의 매력만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는 한동훈은 적어도 저자에게 기존 정치인의 능력주의가 갖고 있던 촌스러운 ‘짠내’는 물론이고 동정이나 눈물을 요구하는 신파가 없고, 정적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나서 위엄을 지켜내는 능력자였다. ‘새로운 한동훈의 시대가 오면 대한민국 체제 안에서 합의하고 설득되는 생산적인 정치가 열릴 것’이라는 것도 저자의 희망이었다.
실제 한동훈은 정치에 뛰어 든 이후 파격적인 행보로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거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기다렸다는 듯 루쉰(魯迅)의 말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줬다. 현직 장관으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단 한차례 만나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것도 요즘말로 ‘쿨’한 결정이었다.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 한다.”는 메시지에는 저자의 표현처럼 신개념·신세대 정치인의 탄생을 예고하는 서사가 담겨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정치인 한동훈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수습책으로 내놨던 ‘질서 있는 퇴진’은 12일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동훈의 입지를 뒤흔들고, 당 안팎에서 사퇴요구도 거세게 일고 있다. 계엄선포 이후 계속됐던 잦은 말 바꾸기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다. ‘73년생 한동훈’의 저자인 심규진 교수마저 ‘굴종하는 보수 정치인’을 우려하며 한동훈을 압박하고 있다. 이념에 갇히지 않고, 세련된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한동훈. 잠시나마 ‘한동훈의 시대’를 꿈꿨던 ‘73년생 한동훈’의 미래는 이제 어떻게 흘러갈까. 지금의 흔들리는 리더십으로 과연 정치권에 버틸 수는 있는 것일까. 이용환 논설실장
기존 정치 세력과 무관하고, 환경적 결핍 없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란 ‘최고의 인재’라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었다. 개인의 매력만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는 한동훈은 적어도 저자에게 기존 정치인의 능력주의가 갖고 있던 촌스러운 ‘짠내’는 물론이고 동정이나 눈물을 요구하는 신파가 없고, 정적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나서 위엄을 지켜내는 능력자였다. ‘새로운 한동훈의 시대가 오면 대한민국 체제 안에서 합의하고 설득되는 생산적인 정치가 열릴 것’이라는 것도 저자의 희망이었다.
실제 한동훈은 정치에 뛰어 든 이후 파격적인 행보로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거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기다렸다는 듯 루쉰(魯迅)의 말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줬다. 현직 장관으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단 한차례 만나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것도 요즘말로 ‘쿨’한 결정이었다.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 한다.”는 메시지에는 저자의 표현처럼 신개념·신세대 정치인의 탄생을 예고하는 서사가 담겨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정치인 한동훈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수습책으로 내놨던 ‘질서 있는 퇴진’은 12일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동훈의 입지를 뒤흔들고, 당 안팎에서 사퇴요구도 거세게 일고 있다. 계엄선포 이후 계속됐던 잦은 말 바꾸기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다. ‘73년생 한동훈’의 저자인 심규진 교수마저 ‘굴종하는 보수 정치인’을 우려하며 한동훈을 압박하고 있다. 이념에 갇히지 않고, 세련된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한동훈. 잠시나마 ‘한동훈의 시대’를 꿈꿨던 ‘73년생 한동훈’의 미래는 이제 어떻게 흘러갈까. 지금의 흔들리는 리더십으로 과연 정치권에 버틸 수는 있는 것일까.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