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담 넘고 무장 계엄군 막고…“국회 본회의장 사수”
●지역의원들이 전하는 당시 상황
계엄령에 혼비백산…서둘러 국회로
3개조 당번제 정해 계엄군 진입 막아
“전산시스템 생략하고 의결” 소란도
“본격 탄핵 절차 돌입…역할 다할 것”
입력 : 2024. 12. 04(수) 18:46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들이 긴급회의를 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무효’가 선언되기까지 온 국민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당시 국회 현장에 있었던 광주·전남 의원들도 피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4일 본보와 지역 의원들과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을 위해 오후 11시께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함에 따라 지역 의원들도 서둘러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은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보좌관들은 위험하다며 본회의장으로 오는 길을 막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의원들도 비상계엄 해지 요구 결의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하는데 전산시스템이 빨리 작동하지 않아 빨리 그냥 의결해버리자는 소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계엄은 해제됐으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민주당 상임위별로 3개조 국회 당번제를 지정, 각 조별로 8시간씩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다”고 당시 긴박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계엄 선포 이후 곧장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는 권향엽(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도 “(스마트폰을 통해) 서미화 의원과 함께 국회 내부를 생중계했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대로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각지에서 저녁 자리를 한 이후 국회 근처 숙소로 돌아갔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고 급히 국회로 향한 전남 의원들도 많았다.

조계원(여수을) 의원은 “저녁 식사 후 퇴근했다가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국회로 향했다. 국회 정문 왼쪽에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가 있었는데, 이곳이 막혀 담을 넘어 국회 본회의장에 입성했다”고 말했다.

신정훈(나주·화순) 의원도 “저녁 약속이 있어 자리를 끝내고 숙소에 머물고 있었는데, 황급히 국회에 들어가 표결에 나섰다”고 밝혔다.

문금주(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 역시 “저녁 약속이 끝나고 TV를 보다 비상계엄이라는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놀랄 새도 없이 바로 뛰쳐나와 국회로 향했다. 다행히 입구가 통제되기 전에 들어갔으나, 나중에 도착한 의원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계엄군 투입에다 정문 통제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차량을 끌고 서울로 향했으나 시간이 워낙 촉박해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며 “오전에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는 참석했으며,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만큼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5·18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광주지역 의원들도 당시의 긴박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전진숙(북구을) 의원은 “오후 11시께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국회 경비대가 입구를 막고 있어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국회) 담을 넘는 의원들도 수두룩했다”며 “해지안 상정까지도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의안을 상정하는 과정이 짧지 않은데, 그 사이 공수부대는 점차 본회의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면 어떤 아수라장이 펼쳐졌을 지 정말 아찔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어 “광주항쟁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총칼을 겨누던 군경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2시간’을 보냈을 지 상상도 안 된다. 5·18을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사태가 더욱 큰 트라우마로 작용됐을 것 같다. 이제는 윤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진욱(동남갑) 의원은 이번 사태를 보고 ‘실패한 쿠데타’라고 정의했다. 그는 “국회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통제할 수 없다. 계엄사령부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순간부터 정부는 명백한 내란 행위를 한 것”이라며 “(윤석열) 스스로가 국가 운영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방증했다. 쿠데타에 실패한 내란 수괴를 몰아내고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들이 지킨 민주주의의 가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다. 지역 의원으로서 이를 지키는 건 또다른 책무”라며 “탄핵안 발의 후 72시간 내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 말은 ‘그전까지 윤 정권이 어떤 짓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야 없이 (탄핵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국회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오지현·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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