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희망·위로…기억의 힘으로 전하는 '여성의 목소리'
●15회 광주여성영화제
내달 광주극장·CGV광주금남로
개막작 '양양', 장편 21편·단편 29편
'플래시 아시아' 신설, 영화제 확장
환경 문제 다룬 다큐멘터리 돋보여
"지역성 강화·교류 확대로 발전"
입력 : 2024. 10. 28(월) 18:13
김재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 23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열린 ‘15회 광주여성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15회 광주여성영화제 개막작 ‘양양’ 스틸컷. 광주여성영화제 제공
“피해자들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가해자들의 책임도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 속 지워졌던 여성을 조망하고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담아 영화로 기록에 남기는 작업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했다.

15회 광주여성영화제가 오는 11월 6~10일 광주극장, CGV광주금남로에서 열린다. 지난 2010년 ‘여성의 눈으로 보는 세상, 모두를 위한 축제’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광주여성영화제의 올해 캐치프레이즈는 ‘카운트 업(Count Up)’이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차근차근 만들어 온 노력을 되짚고 변화의 합을 만들어 가자는 희망과 염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6일 개막작으로 선정된 양주연 감독의 ‘양양’을 시작으로 10일 폐막작 민아영 감독의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까지 총 50편의 작품(장편 21편·단편 29편)이 5일간의 일정으로 상영된다.

‘양양’은 40년 전 자살한 고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감독이 고모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족의 수치스러운 비밀이 된 고모의 이야기를 되짚고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간다. 아직 잔존하는 가부장적 사고의 폐해를 짚어내고, 이러한 방식으로 지워져 버린 과거의 수많은 여성을 다시 기억하게 만든다.

폐막작인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를 영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확보할 예산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투쟁은 그간 암묵적으로 경시되던 장애인의 권리를 다시금 불평등한 사회문제로 끌어내 정부와 시민들의 뇌리에 각인한다.

15회 광주여성영화제 폐막작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스틸컷. 광주여성영화제 제공
이번 영화제에서는 일본, 이란, 레바논 등 다양한 국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광주를 넘어 아시아로 확대·확장을 제시한다.

이번에 새로 신설한 ‘플래시 아시아’ 섹션은 여성 감독들의 시선으로 아시아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내세운다. 아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소수자의 눈으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포착해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야기한다.

‘가버나움’, ‘페르세폴리스’, ‘플랜 75’ 등이 상영될 예정으로 ‘플랜 75’ 상영 후에는 홍소인 프로듀서의 토크가 이어서 진행된다.

현대사에서 국가 권력에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섹션도 준비됐다. ‘특별섹션 기억과 기록 :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역사와 정의를 기록하는 여성들을 조명한다. 재일 조선인 2세 박수남 감독과 딸 박마의 감독이 오래전 촬영한 필름들을 디지털로 복원해 조선인 피해자들의 노동과 일상, 증언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되살아나는 목소리’와 1980년 5월을 돌아보는 ‘순금의 정원’, 제주 4.3 피해자들의 성폭력 문제를 본격 조명하는 ‘목소리들’이 해당 섹션에서 상영된다.

특별 초청전 ‘지역여성영화제 교류전’에서는 제주, 부산, 대구, 전북여성영화제가 추천한 지역 기반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한다. 제주 출신 강지효 감독의 ‘유빈과 건’, 전주 김유라 감독의 ‘목덜미’, 부산 윤가연 감독의 ‘당신이 그린 여름’, 대구 남가원 감독의 ‘이립잔치’가 관객들을 만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화면해설이 삽입된 ‘배리어프리’ 섹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며 송원재 감독의 ‘내 이름’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날선낯선’, ‘피어나는’, ‘선을넘는’, ‘메이드 인 광주’, ‘귄 당선작’, ‘마스터클래스’ 등의 다양한 장르와 성격을 지닌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또한 GV 13회, 마스터클래스 1회, 포커스 토크 및 스페셜 토크 등의 토크 프로그램 6회, 도합 20개의 프로그램 이벤트도 영화제 기간 함께 펼쳐진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초청 게스트는 40명 내외다.

김재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23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지역 영화제 예산을 삭감해 어려움이 있지만 지역민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타지역과 활발한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 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했다. 함께 이야기하며 위로와 공감, 희망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2700여명이 영화제를 찾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예산이 줄었지만, 상영작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많은 관객이 찾아 따뜻한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역성 강화와 플래시 아시아 신설로 인한 확장성을 함께 제시했다”며 “특히 올해 상영작 중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은데 현실과 맞닿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추천작으로 ‘바로 지금 여기’를 뽑았다. 기후 위기를 담은 영화들은 많았지만, 직접적인 해결과 해법을 찾아 제시하는 작품은 흔치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화에서는 실제 여성 농민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가 대학생들, 쪽방촌에 사는 노인들이 출연하고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인 어린이들이 나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한편 15회 광주여성영화제 상영작 및 프로그램 정보와 예매는 광주여성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티켓 금액은 5000원이며 배리어프리 섹션은 무료로 상영된다.

15회 광주여성영화제 메인포스터. 광주여성영화제 제공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문화일반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