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정규 시즌 우승>‘초보 사령탑’ 이범호, 7개월만에 ‘우승 감독’으로
●KIA, 7년만에 정규 시즌 우승
타이거즈 사상 첫 취임 원년 정상
‘선수로·감독으로’ 모두 우승 경험
“한국시리즈 전승기록, 이어갈 것”
입력 : 2024. 09. 18(수) 18:14
이범호 KIA타이거즈 감독(오른쪽)이 지난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랜더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맞대결 직후 정규 시즌 우승 세리머니에서 송호성 구단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지난 2월 지휘봉을 잡은 이범호 KIA타이거즈 감독이 선임 7개월 만에 ‘초보 감독’에서 ‘우승 감독’으로 거듭났다. KIA가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가운데 이 감독은 최종 목표인 ‘V12’를 이룰 때까지 차분하게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KIA는 지난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맞대결에서 0-2로 패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2위 삼성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맞대결에서 4-8로 덜미를 잡히며 매직 넘버를 모두 소멸, 정규 시즌 정상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승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모든 분들이 도와주셨기에 큰 성과를 이뤘다”며 “스프링 캠프 때부터 준비를 잘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고맙다. 송호성 구단주와 최준영 대표이사, 심재학 단장을 비롯한 모든 구단 관계자들께도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이로써 타이거즈 역사상 처음으로 취임 첫해 정규 시즌 우승을 일궈낸 사령탑이자 최연소 우승 감독이 됐다. 이와 함께 2017년에는 선수로, 7년이 흐른 올해는 감독으로 타이거즈에서 정규 시즌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2017년에 선수로 우승을 경험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우승이라는 게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감독으로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를 항상 힘내게 해주신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한국시리즈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2017년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며 ‘V11’을 일궈냈던 김기태 전 감독을 많이 닮아있기도 하다.

그는 “감독은 어떤 선수가 어떤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지 도움을 주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이렇게 운영을 하면 분명히 성적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2011년부터 14년간 팀에 있으면서 선수들이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게만 만들어주면 한 경기는 실패해도 두 경기 세 경기는 반드시 이겨낸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 감독은 강단 있는 운영을 선보였다. 대타와 대주자, 대수비 등 적재적소에 교체를 활용했고 실책이나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면 문책성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누가 언제 나가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힘이 생긴 것 같다”며 “선수들을 넣고 빼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 투수나 타자를 교체하고 꼭 대화를 하고 다음에 다시 출전 기회를 주면서 관계를 잘 맺으려 했는데 이 부분이 힘이 된 것 같다”고 되짚었다.

이범호 KIA타이거즈 감독(가운데)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 시즌 우승 자축 행사에서 코칭스태프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초보 감독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었던 고비 역시 완벽히 넘겼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한 전력 약화는 물론이고 13점 차 역전 허용과 30실점, 24점 차 패배 등 분위기를 침체시킬 수 있었던 요소들을 모두 지워냈다.

이 감독은 “너무 많은 시련을 주신 거 아닌가 싶었다. 부상 선수들이 한 명 한 명 계속 늘어났고 투수들이 빠져나간 것이 가장 큰 위기였다”며 “크로우가 나가고 (이)의리가 나가고 (윤)영철이가 나가고 하다 보니까 걱정은 있었지만 결국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잘 메꿔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KIA는 올 시즌 선발진에 큰 구멍이 있었다. 양현종을 제외하고 개막 선발진 다섯 명 중 네 명이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김도현과 황동하 등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났고, 타선에서도 화력을 더하며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돌아왔을 때 팀이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니라고 확신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과 충분히 이겨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7월부터는 충분히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이제 KIA 선수단과 팬들의 시선은 정규 시즌 우승을 넘어 한국시리즈 제패와 통합 우승, 그리고 ‘V12’를 향한다. 열두 번째 우승을 이뤄낸다면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회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구축했던 ‘해태 왕조’를 ‘KIA 왕조’로 재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믿고 준비하겠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당연히 우승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루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네 경기를 이길 수 있는지만 고민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겠다. 열한 번 올라가서 모두 우승했기 때문에 열두 번 올라가도 우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천=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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