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버스터미널 40%, 준공 40년 넘어 ‘노후화’
●영암·장흥 버스터미널 가보니
농어촌 인구 감소·코로나19 여파
연간 1000만명선 이용객 ‘반토막’
매출액 급감… 상가 공실률도 높아
道 “환경 개선, 운영 활성화 노력”
입력 : 2024. 09. 10(화) 18:51
10일 오후 장흥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상아 기자
10일 오후 찾은 장흥시외버스터미널. 건립된 지 수십 여년이 지나 건물 외벽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등 노후화가 심각하다. 정상아 기자
10일 오후 찾은 장흥시외버스터미널. 흔히 터미널 하면 떠오르는 북적임과는 다소 거리가 먼 한적한 분위기였다.

대합실 내 달달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 설치된 작은 평상에는 어르신 서너 명이 익숙한 듯 둘러앉아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노후화된 터미널 내부에는 과자, 음료수 등의 간식이 진열된 매점과 빛바랜 간판을 단 분식집과 휴대전화 대리점이 전부였다.

인근 주민 60대 장모씨는 “터미널 자체가 지어진 지 엄청 오래됐다”며 “젊은 사람들은 다 개인 차로 다니다 보니 버스터미널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상가 대부분이 비어있었고 2층에는 자물쇠로 출입문이 굳게 닫힌 사무실이 오랜 시간 방치된 듯한 모습이었다.

대합실 의자에는 추석을 앞두고 시장을 다녀와 짐이 가득한 어르신들이 20분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기사들은 영암군이 이번 달부터 시행한 무료 버스 운행 서비스 덕에 그나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10년째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 기사 한보석(58)씨는 “무료 버스를 운영하고 나서 3분의 2가량 이용객이 늘었다”며 “시장을 찾기 위해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많고 목포나 인근 지역에서 무료로 운영한다는 게 신기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동료 기사 최용준씨는 “사람들은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아직 터미널 상권은 활기를 되찾지 못한 상황이다”며 “터미널 이용자가 늘고 있는 만큼 노후화된 터미널 시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오후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 대합실에서 마을 어르신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상아 기자
농어촌 인구 감소에 따른 이용객 급감과 터미널 노후화 등이 겹치면서 전남지역 버스터미널 이용객과 매출액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48개 버스터미널 이용객은 코로나 이전인 2017년 1056만명, 2018년 1015만명, 2019년 941만명 등의 수준을 기록했으나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에는 568만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후 2021년 502만명, 2022년 520만명, 2023년 514만명 등이 유지되고 있다.

이용객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매출액도 크게 줄었다. 2017년 72억4500만원, 2018년 71억3900만원, 2019년 74억7500만원 등 70억원대를 기록하던 매출이 2020년 45억원, 2021년 41억7900만원, 2022년 47억6900만원, 2023년 49억5300만원으로 40억원대로 감소했다.

이용객과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는 코로나 이후 버스보다 승용차를 선호하는 등 이동 수단 변화와 농어촌 인구 감소가 꼽힌다. 버스터미널의 낡은 시설도 이용을 꺼리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도내 버스터미널은 총 48곳(시군 운영 6곳·민간운영 42곳)으로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터미널은 19곳(39.5%), 20년 이상~40년 미만인 터미널도 18곳에 달한다.

10일 오후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 위치한 관광 회사 사무실 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져 있다. 정상아 기자
전남도는 이용객 불편 해소를 위해 노후 터미널 환경 개선과 함께 운영 활성화를 위해 법령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시설 개선이 시급한 노후 터미널을 조사해 2027년까지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는 6억원을 들여 여수, 곡성, 강진, 장성, 진도 등 터미널 5곳에 대한 환경과 안전시설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며 “터미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시설기준을 완화하고 터미널 운영자에 대한 조세감면 등 혜택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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