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쉴 순 없죠”… 폭염 속 이동노동자 고충 심화
무더운 날씨에도 휴식시간 없어
안전위해 긴팔·긴바지·헬멧 ‘무장’
이동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배제
“노동법 개정 통한 노동권 보장을”
안전위해 긴팔·긴바지·헬멧 ‘무장’
이동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배제
“노동법 개정 통한 노동권 보장을”
입력 : 2024. 07. 30(화) 18:41
최고 기온 33도의 불볕더위가 이어진 30일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5년차 택배 배달원 문성훈(39)씨가 반소매·반바지 차림으로 택배 상자를 옮기고 있다. 윤준명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택배 배달원·배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의 고충이 심화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은 할당된 업무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수익을 잃거나 업무강도가 더욱 높아져 일을 줄이지도 멈추지도 못한다. 이런 이유로 악천후에도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조차 없이 위험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 실정이다.
최고 기온 33도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30일 오후 2시께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단지. 5년 차 택배 배달원 문성훈(39)씨는 반소매·반바지 차림에 헤어밴드를 매고 택배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문씨는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해 보통 택배 배송 전산이 마감되는 오후 9시에 퇴근한다”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가지면 업무 속도가 느려지고 퇴근도 늦어져 간식 등을 싸와 차에서 간단히 챙겨 먹는다”고 토로했다.
문씨와 같은 택배 노동자들은 배송 건당 임금을 지급받는 구조로 일을 쉬게 되면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물류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에 소속된 신분이라 연차, 휴가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그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에 5.5일을 근무한다. 아프거나 다쳐도 맡은 물량을 배송해야 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며 “오늘과 같이 기온이 높은 날에 휴식 없이 일하다 보면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비라도 내려 배송이 지연되거나 차질이 생기면 택배기사가 책임을 져야 해서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북구 운암동의 한 식당가. 11년 차 배달기사 이정길(44)씨는 무더위에도 긴소매와 긴바지, 헬멧 등으로 ‘완전 무장’한 모습이었다.
찜통더위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이씨는 헬멧 사이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이씨는 1년 중 여름철이 배달기사 업무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겨울철에는 옷을 두껍게 껴입으면 되지만, 여름에는 폭염이 이어져도 헬멧은 꼭 착용해야 하고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며 “행여나 사고라도 나면 부상의 정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과 장마가 기승을 부릴 때면 오히려 배달 콜 수가 늘어 하루 14시간씩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이상기후가 안전을 위협한다면 작업중지권을 사용해 근무를 멈추고 자신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시, 노동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느끼게 되면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반면 이동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특히 사 측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안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지난 16일 발표한 ‘기후재난 시기 이동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촉구 및 현장 노동자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동노동자 80%는 기후재난으로 직업을 그만두거나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 위협을 느꼈지만 일을 중단하지 못한 이유는 ‘이후 누적될 물량이나 실적’(37.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익 감소’(35.5%)가 뒤를 이었다. 이동노동자 68%는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할 때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주안 택배노조 광주·전남지부 부 지부장은 “택배 배달원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근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표류하고 있는 노동법 제2·3조가 개정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고 기온 33도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30일 오후 2시께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단지. 5년 차 택배 배달원 문성훈(39)씨는 반소매·반바지 차림에 헤어밴드를 매고 택배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문씨는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해 보통 택배 배송 전산이 마감되는 오후 9시에 퇴근한다”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가지면 업무 속도가 느려지고 퇴근도 늦어져 간식 등을 싸와 차에서 간단히 챙겨 먹는다”고 토로했다.
문씨와 같은 택배 노동자들은 배송 건당 임금을 지급받는 구조로 일을 쉬게 되면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물류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에 소속된 신분이라 연차, 휴가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그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에 5.5일을 근무한다. 아프거나 다쳐도 맡은 물량을 배송해야 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며 “오늘과 같이 기온이 높은 날에 휴식 없이 일하다 보면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비라도 내려 배송이 지연되거나 차질이 생기면 택배기사가 책임을 져야 해서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북구 운암동의 한 식당가. 11년 차 배달기사 이정길(44)씨는 무더위에도 긴소매와 긴바지, 헬멧 등으로 ‘완전 무장’한 모습이었다.
찜통더위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이씨는 헬멧 사이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이씨는 1년 중 여름철이 배달기사 업무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겨울철에는 옷을 두껍게 껴입으면 되지만, 여름에는 폭염이 이어져도 헬멧은 꼭 착용해야 하고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며 “행여나 사고라도 나면 부상의 정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과 장마가 기승을 부릴 때면 오히려 배달 콜 수가 늘어 하루 14시간씩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이상기후가 안전을 위협한다면 작업중지권을 사용해 근무를 멈추고 자신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시, 노동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느끼게 되면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반면 이동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특히 사 측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안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지난 16일 발표한 ‘기후재난 시기 이동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촉구 및 현장 노동자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동노동자 80%는 기후재난으로 직업을 그만두거나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 위협을 느꼈지만 일을 중단하지 못한 이유는 ‘이후 누적될 물량이나 실적’(37.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익 감소’(35.5%)가 뒤를 이었다. 이동노동자 68%는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할 때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주안 택배노조 광주·전남지부 부 지부장은 “택배 배달원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근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표류하고 있는 노동법 제2·3조가 개정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