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화재 불씨될라”… 배전함 위 ‘위험천만 쓰레기’
인도위 전력변압설비 방치
광주 2563개·전남 3934개
쓰레기 등 적재 화재위험↑
5년간 배전반 화재 285건
한전 “시 협조 요청 등 노력”
입력 : 2024. 03. 19(화) 18:01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대 인도에 설치된 배전함 주변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인도에 설치된 배전함 주변에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강주비 기자
“‘위험’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관리가 잘 안되고 있어요. 불이라도 나면 큰일인데…”

19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대에 쓰레기에 둘러싸인 배전함이 눈에 띄었다. 배전함에는 개폐기 및 전력케이블 등 각종 전기 설비가 있는 만큼 ‘주변에 쓰레기를 투기하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배전함 근처에 종량제 봉투를 비롯해 목제 가구, 음식물 쓰레기 등이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일부 배전함은 대형 폐기물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상태로, 작업 시 불편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혹여 불이 나면 방치된 쓰레기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50대 상인 차모씨는 “상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배전함 앞에 종량제 봉투를 버린다. 시민들도 빈 플라스틱 음료 컵 등을 배전함 위에 올려놓고 간다”며 “배전함 겉면이 변색될 만큼 노후화됐는데 불이라도 나면 쓰레기 때문에 크게 번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배전함 주변에 쌓인 담배꽁초도 눈에 띄었다. 인근 직장인 하은영(34)씨는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배전함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자주 본다”며 “고압 전선이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인도에 설치된 배전함 주변에 대형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인도에 설치된 배전함 주변에 음식물쓰레기통이 방치돼 있다. 강주비 기자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배전반·분전반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광주 69건·전남 216건에 달한다. 이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각 1억5725여만원, 44억2796여만원에 이르며 4명의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배전함 내부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주변에 불법 쓰레기가 투기된 경우 작은 화재도 크게 번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지부(한전)에 따르면 광주에 2563개, 전남 3934개 지상 배전함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배전함 자체는 한전이, 불법투기 쓰레기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등 관리 주체가 이원화돼 있다는 점이다. 배전함이 과거부터 쓰레기 투기가 상습적으로 이뤄진 곳임에도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이유다.

한전 측은 각 사업소 배전운영실에서 구역별로 순회하며 선로순시 및 점검하는 과정에서 부착물을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광고 전단지 등 배전함에 부착된 미관 저해물은 배전운영실에서 수시 제거하고 있다”며 “설비고장 보수 및 민원 업무 수행 등을 겸하고 있어 순시 주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순시 업무는 정전으로 인한 국민 불편 및 피해 예방을 위해 설비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최근 쓰레기 방치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전력 시설물에 방치된 쓰레기 확인 시 지자체에 협조 요청 하도록 각 사업소에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배전함 주변 쓰레기 투기 행위에 대해 별도로 계도 활동 등 조처하고 있지는 않다. 각 자치구에서 청소 취약 지역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며 “한전 측이 쓰레기 투기로 인해 화재 발생이 우려된다는 등 의견을 시에 전달하거나 관련 공문을 발송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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