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헌혈 급감… 각종 답례품에도 혈액 수급 난항
혹한기 이후에도 헌혈의집 한산
의사파업에 혈액 공급도 어려워
정작 헌혈자는 이벤트 내용 몰라
헌혈자 의견수집 ‘수요조사’ 필요
입력 : 2024. 03. 06(수) 18:36
겨울방학과 혹한기로 어려움을 겼었던 혈액수급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은 시민들의 헌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헌혈의집 앞에 각종 이벤트 배너광고를 설치하는 등 홍보활동에 나섰다. 김양배 기자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헌혈 인원이 급감하면서 국내 혈액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혈액 수급이 어려운 겨울 혹한기가 지났음에도 헌혈의집을 찾는 헌혈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 혈액원은 헌혈자를 모으기 위해 각종 답례품 제공 등 이벤트를 열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5일 오후 찾은 광주 서구 헌혈의집 터미널센터. 입구에는 각종 프로모션 포스터가 정갈하게 붙어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A형 급구’ ‘도와주세요’ ‘기념품 1+1 증정’ 등 헌혈 동참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출입문 벽면을 가득 메웠지만 헌혈자가 감소하는 동절기가 지나자 안내문이 사라져 깔끔한 모습이다.

개학 시즌을 맞아 10·20대 학생 헌혈자가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헌혈의집을 찾는 헌혈자 수는 기대에 못미쳤다.

이진이 헌혈의집 터미널센터장은 “올해 1~2월 예년에 비해 많은 헌혈자가 방문해 일 평균 60~65명 정도가 헌혈에 동참했지만 3월에는 되레 40명도 오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같은 시간 광주 동구 헌혈의집 충장로센터도 마찬가지. 헌혈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두세 명이 전부다.

올해 대학 입시부터 학생의 개인 봉사 실적이 반영되지 않자 신규 헌혈자 절반을 차지하던 10대 헌혈자 수가 급격히 줄면서 전체 헌혈자 수까지 감소하고 있다.

이날 기준 광주·전남 혈액 보유량은 5.6일분으로 그나마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유량은 유지되고 있지만 의대 파업이 이어지며 혈액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혈액 보유 기간이 지나면 다시 혈액 보유량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혈액원의 입장이다.

이진이 센터장은 “혈액은 보관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며 “혈액이 쌓인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보급과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안정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액형마다 보유량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혈액 보유량을 혈액형별로 살펴보면 A형(4.2일분), B형(9.2일분), O형(4.6일분), AB형(4.7일분)으로 보유량이 가장 적은 A형은 가장 많은 B형 대비 약 2배가량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전남혈액원 연중 헌혈 프로모션 포스터.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제공
혈액 수급에 난항을 겪자 혈액원은 헌혈자를 대상으로 각종 프로모션을 추진하며 헌혈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광주·전남 혈액원에서는 8개의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그중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전혈 헌혈 10회 달성자 대상 팔찌 증정 행사는 행사 시작 2개월만에 참여자 274명을 돌파했다.

해당 행사는 생애 첫 헌혈자 수를 늘리고 꾸준한 헌혈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와 함께 헌혈자들과 함께 하는 봉사 프로그램, 헌혈의집 인근 점포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등 폭 넓은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혈액원의 노력에도 정작 프로모션 참여 대상자인 헌혈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정원(33)씨는 “헌혈에 참여하면서 기념 상품권 증정 행사만 알지 많은 이벤트가 있는지 몰랐다”며 “10대와 20대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많은데 정작 중장년층을 위한 이벤트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10대와 20대 헌혈자 수를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중장년층을 위한 행사는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헌혈자 대상 행사에 헌혈자 의견이 담길 수 있도록 수요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전남 혈액원 관계자는 “헌혈 기념품의 경우 전국기념품과 자체기념품이 있다”며 “기념품 선정에 있어 기념품선정위원회의를 통해 선정이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헌혈자와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장은 “매년 헌혈자가 감소하는 동절기가 지났으나 네 개 혈액형 중 세 개 혈액형 보유량이 적정량에 못 미칠 정도로 혈액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라며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생명나눔 헌혈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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