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첫 유권자부터 101세 어르신까지”… 광주·전남 투표 열기 ‘후끈’
●대선 사전투표 첫날 이모저모
남녀노소 빠짐 없이 투표소 '북적'
국군 장병들 질서있게 줄 맞춰서
"다음 투표도 꼭"…백세 할머니도
첫투표 청소년, 얼굴엔 '설렘가득'
일상 속에서 '너도나도 주권 행사'
입력 : 2025. 05. 29(목) 18:09
29일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동 사전투표소에서 김인순 할머니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정준 기자
29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2동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준명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인 광주·전남 지역 곳곳의 투표소는 하루 종일 유권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생애 첫 투표에 나선 만 18세 고등학생부터 101세 어르신까지, ‘참된 일꾼’을 뽑기 위한 마음은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았다. 출근길 직장인과 점심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은 시민 등 일상 속에서 주권자로서 책임과 권리를 행사하는 기대감이 가득 담긴 ‘한 표’가 이어졌다.

●“변화의 시작”…아침을 여는 ‘한 표’

29일 오전 6시께 광주광역시 서구 동천동 사전투표소 앞에는 투표 시작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장 차림에 커피를 든 직장인부터 운동복 차림의 주민까지, 다양한 모습의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을 채웠다.

서정석(60)씨는<@11> “출근 전에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치고자 빠르게 준비하고 나왔다”며 “정치인들이 우리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고,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잘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광산구 송정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신흥동 사전투표소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유권자들이 아침 공기를 가르며 하나둘 발걸음을 옮겼다. 출근 시간에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당당한 ‘투표 인증샷’은 잊지 않았다.

김준수(29)씨는 “출근길에 서둘러 투표소를 찾았다”면서 “특정 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발전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며 웃어보였다.

29일 광주광역시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삼각동 사전투표소에서 육군 제31보병사단 장병들이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나라 지키는 손으로…국군장병의 ‘한 표’

지역 향토사단인 육군 제31보병사단 장병들도 민주시민으로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군복과 베레모를 갖춰 입고, 오전 9시께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삼각동 사전투표소에 도착한 장병들은 질서를 지키며 차분히 줄을 섰다.

기표를 마치고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장병들의 표정에는 국가를 수호하는 군인의 책임감과 유권자로서의 자긍심이 비춰졌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군복 차림의 투표 행렬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투표를 마친 이들은 절도있게 대열을 맞춰 투표소를 떠나 부대로 향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복무 중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지킨다’는 책임감이 장병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묻어났다.

●한 번도 빠짐 없이…101세 어르신의 ‘한 표’

올해로 101세를 맞은 김인순 할머니는 오전 10시께 남구 진월동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모든 선거에 빠짐없이 참여해온 김 할머니의 투표 의지는 올해도 변함없었다.

신분증을 집에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함께 온 며느리 이명자(68)씨가 부랴부랴 집에 다녀오면서, 김 할머니는 조금 늦었지만 무사히 기표소로 들어섰다.

김 할머니는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이는데, 어디를 찍느냐”며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떨었고, 투표장은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투표를 마친 뒤에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표를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변인들은 “다음 대통령 선거 때도 꼭 투표하셔야 한다”고 덕담을 건넸고, 김 할머니는 “그려, 다음 투표까지는 살아볼라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어 김 할머니는 “몸 건강히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꼭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젊은 세대에게 당부했다.

●점심시간 줄여서…청년들의 ‘한 표’

낮 12시께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사전투표소 앞에는 점심시간을 줄여 투표에 나선 시민들의 발길이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특히 ‘청년 세대가 희망을 품는 사회’를 기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학우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앳된 대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투표를 마친 뒤에는 손에 찍힌 기표 도장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도 다수 포착됐다.

김수민(21)씨는 “작년 총선 때는 참여했지만, 대선 투표는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다음 정권에서는 국민연금 개혁 등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미(21)씨도 “기표소 안에서 마지막까지 깊이 고민하며 선택했다”며 “정치적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어떤 정당이든 국민에게 이로운 정책이라면 힘을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첫 선거 참여” 설렘 가득한 청소년의 ‘한 표’

첫날 투표 종료를 앞둔 오후 5시께 서구 화정2동 사전투표소에는 수업을 마친 교복 차림의 만 18세 청소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생애 처음 투표 용지를 손에 쥐어든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기표소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학생들은, 신중하게 자신의 선택을 표시한 뒤 조심스럽게 투표함에 용지를 넣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투표소를 나섰다. 이들은 첫 투표가 ‘나의 선택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특별한 민주주의 교육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연·노명선(광주여고 3년) 양은 “설레면서도 긴장됐지만, 학교에서 투표 교육을 받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윤준명·이정준·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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