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당선자들에게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입력 : 2024. 04. 24(수) 15:55
드디어 지난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전남일보는 오래된 전통에 따라 바로 다음주인 15일에 당선자 교례회를 실시했다.

교례회에 모인 당선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어떤 이에게 이번 선거는 치열한 전투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떤이는 감당하기 버거운 행운 같은 것이어서 대부분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미소의 의미는 달랐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정갈한 분위기, 흐트러짐 없는 행사 속에서 당선자들은 한결 같이 ‘이번 총선이 결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이번 당선자들이 생각보다 현명하다는 점에서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그 단상에서 서서 ‘민주당의 승리’라고 외쳤다면 오늘 칼럼의 주제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선거는 당선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선자들은 ‘정권 심판’이라는 국민들의 거대한 흐름 속 말판이 된 것일 뿐이다. ‘정권 심판’ 이 얼마나 거대하고도 무서운 말인가. 그 어떤 정부도 심판을 받고자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힘들어지면 정부를 겨냥한 분노를 다른데로 돌리지 않는다.

과거 군사정권이 수백번 써먹었던 ‘북풍’이나 구태 정치가 꺼내는 ‘우리가 남이가’, 혹은 각종 ‘프레임’들도 이번 선거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냉혹하고도 정확한 국민의 판단은 향후 정부의 행보를 수정하도록 할 것이 분명하다.

허나 당선자, 나아가 민주당도 기억해야 한다. 이 훈풍이 그대들이 잘해서임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재선의원 타이틀 달기가 매우 힘들다. 왜 그럴까? 당의 공천을 못 받아서? 이것이 맞다면 2016년 국민의당 돌풍은 설명되지 않는다. 재선의원 타이틀을 못 다는 것은 상당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선의원의 1-2년은 사실 순식간이다. 적응하고 발언하고 무언가를 하려고 준비하다 보면 벌써 선거가 다가온다. 당선자가 되기 전에는 ‘당선’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만 있었다면 앞으로 당선인들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부디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국회에 입성해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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