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은 4점, 스코어는 12점’ 정신줄 놓고 수비한 KIA, 이길 수가 없었다
포지션 불문 실책 퍼레이드
KT에 졸전 끝 5-12 역전패
입력 : 2024. 05. 02(목) 21:50
KIA타이거즈 투수 제임스 네일이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6차전에 3회말 역전을 허용하며 수비를 마친 뒤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실책 다섯 개를 쏟아내고 이기길 바라는 건 양심이 없는 거다. 투수 제임스 네일을 시작으로 내야수 김도영과 서건창,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 포수 한준수까지 모든 포지션에서 실책 퍼레이드를 자랑한 KIA타이거즈의 결말은 KT위즈에 루징 시리즈였다.

KIA는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6차전에서 5-12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KIA는 올 시즌 22승 11패(승률 0.667)를 기록하며 NC다이노스와 삼성라이온즈 등 상위권 팀들의 거센 추격을 마주하게 됐다.

KIA가 수비에서 쏟아낸 실책이 득점과 같았다. 다섯 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KIA가 뽑아낸 건 5점에 불과했다. 반면 KT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책이 나오는 족족 점수로 연결했다.

특히 KIA가 5개의 실책을 범한 것은 올 시즌 최다 수치다. 올 시즌 최다 실책은 지난 3월29일 잠실 두산전에서 나왔던 4실책이었다. 당시 김도영이 두 차례 실책을 범했고 김선빈과 한승택도 실책이 있었다.

KIA는 경기 초반 상대 선발 엄상백을 공략하며 순조롭게 풀어나갔다. 1회말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선제 득점을 뽑았고, 2회말 이우성과 한준수의 백투백 홈런으로 3-0 리드를 잡았다. KIA의 올 시즌 첫 백투백 홈런.

하지만 3회초 악몽이 시작됐다. 선발 등판한 네일이 1사 후 김상수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천성호에게 병살타성 땅볼을 유도했으나 2루 송구가 벗어났다. 2루에 있던 유격수 박찬호가 잡을 수 없는 위치로 향하며 이닝 종료가 아닌 1사 1·3루 위기가 만들어졌다.

네일은 강백호에게 다시 한번 병살타성 땅볼을 유도했으나 이번에는 유격수 박찬호의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박찬호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은 뒤 2루 베이스를 찍고 더블 플레이를 노렸으나 1루수 이우성의 글러브를 한참 벗어났다. 아웃 타이밍이었고 만회점을 줬지만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연속해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수비가 길어지자 네일도 흔들렸다. 이어진 2사 1·2루 위기에서 장성우와 김민혁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며 결국 3-3 동점을 허용했다.

동점을 허용한 뒤에 KIA는 더 흔들렸다. 계속된 2사 1·2루 위기에서 네일의 3구 째 투구를 한준수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며 포일이 됐고, 2·3루가 된 뒤 박병호의 땅볼 타구를 3루수 김도영이 잡지 못했고 몸을 날린 박찬호의 글러브에도 닿지 못하며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3루수 포구 실책으로 빅이닝을 허용하며 3-5.

3회에만 실책 3개를 쏟아내며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한 뒤 네일은 이호연을 플라이로 잡으며 수비를 끝냈다. 수비가 끝난 뒤 진갑용 수석코치가 더그아웃에서 야수들을 모아 긴급 미팅을 진행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미팅 이후 KIA는 다시 안정세를 찾은 듯했다. 3회말부터 6회말까지 득점하지 못했지만 4회초부터 6회초까지 실점하지 않으며 2점 차를 유지하며 역전할 수 있는 격차를 유지했다.

하지만 7회초 다시 실책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선두타자 김건형의 땅볼 타구를 2루수 서건창이 포구하지 못하며 출루를 허용했고, 김상수의 희생번트 후 네일이 천성호를 상대로 폭투를 던진 뒤 스트레이트 볼넷까지 던지며 흔들렸다. 이어 강백호에게 적시 2루타를 맞으며 3-6으로 끌려갔다.

직후 곽도규가 구원 등판하며 불을 껐다. 곽도규가 실점하지 않으면서 네일은 6.1이닝 6실점(비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챙기는 웃픈 상황까지 연출됐다. 네일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8회초 다시 방화가 시작됐다.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8회초 시작과 함께 구원 등판한 장현식이 연속 볼넷 후 황재균에 적시 2루타를 내주며 3-7 리드를 내주고 강판됐다.

이어진 무사 2·3루 위기에서 이준영이 구원 등판했으나 문상철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가 됐고, 김상수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며 3-10 두 자릿수 실점을 완성했다.

또 무사 2루에서 천성호에게 뜬공 타구를 유도했지만 중견수 소크라테스의 글러브를 맞고 땅에 떨어졌고, 이 공이 유격수를 거쳐 홈까지 향했으나 이번에는 포수 한준수가 포구 실책을 범하며 추가 실점과 함께 무사 3루가 됐다. 하나의 타구에 두 차례 실책으로 3-11.

이준영마저 강판됐고 김사윤이 급하게 불을 끄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강백호를 땅볼 처리한 뒤 로하스의 땅볼에 실점과 아웃 카운트를 맞바꿨고, 장성우를 땅볼 처리하며 3-12로 8회초 수비를 끝냈다. 실책으로만 두 번째 빅이닝.

따라잡기엔 격차가 너무 컸다. KIA는 8회말 소크라테스의 적시타, 9회말 이창진의 적시타로 각각 한 점씩을 따라잡는데 그치면서 졸전 끝에 5-12로 패배하며 시즌 네 번째 루징 시리즈를 확정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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