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0>촛불을 든 사람들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3. 11. 02(목) 12:42
촛불을 든 사람들
촛불을 들었다

그날만은 아니지만

우리는 버릇처럼 촛불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거리에 나갔고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어린 자식들 손길에 이끌리듯

하나 둘 촛불을 들고 모여들었다

누구를 타도하기 위해서인가

나라를 걱정해서인가

아니면 하늘이라도 원망하기 위해서인가



이제 좀 나아지는가

이제 좀 살만한 세상 오는가 싶었고

이제 골목길에서도 술맛 나는 세상 오는가 싶었지만

악귀의 무리들은 소나기를 피해갔고

역시 믿을 놈은 없었으며

어리석은 민중은 또 다시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한다

촛불 혁명이다, 장미 혁명이다, 오렌지 혁명이다 ……·

혁명이란 말을 너무 쉽게 쓰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그때만 반짝이다가 모두 다시 부질없어지고 만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언어는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끝장을 내서 통째로 바꿔 놓는다는 것인데,

작은 힘을 모아서 큰일을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세상은 언제나 만만치 않았다

안으론, 나라를 말아먹고 있어도 투사는커녕 감싸기에 바쁘고,

밖으론, 억압받는 자들이 행하는 폭력은 악이고,

힘 있는 가해자들이 행하는 대규모 보복은 정의의 심판이란다

이처럼 낯 뜨거운 줄 모르는 그들이 똘똘 뭉쳐 군림하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저항을 넘어선 혁명의 나팔소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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