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남도음식 총화는 '내륙과 바다 산물의 조화와 균형'
남도음식의 특징 ||"상다리 부러진다고 표현한듯||수십가지 반찬들로 구성된||남도의 밥상 이미지는 바로||생태적 토양과 균형의 철학"
입력 : 2022. 12. 08(목) 17:35
본 지면에 K-FOOD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선언적으로 남도음식이 K-FOOD의 원천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왜, 무엇이, 어떻게 그러한가에 대해서는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몇 차례 나누어 이를 다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지역의 어느 음식이라고 중요하지 않겠는가.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음식에 저장된 시대정신이라고나 할까. 그를 둘러싼 문화적 함의와 관련된 것이다. 김재경은 '소설에 나타난 음식과 권력의 문화기호학'이란 글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음식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국적성, 종족성, 연령성, 남녀의 성별, 종교성, 계급성 등과 관련된다. 음식을 먹고 마시는 인간의 행위 속에는, 유기체로서의 생명을 지탱하기 위한 일차적 역할 외에 문화적인 표현들이 가득하다. 예컨대 육식문화가 성별, 종교성, 계급성 등과 관련을 갖는다는 관점이나 인식이 그러하다. 관련하여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빌려 소개한 바 있다. 예컨대 육식이 곧 힘이라는 등식을 설명할 때, 피지배계급보다는 지배계급이 엄청난 양의 고기를 소비하는 통계라고나 할까.

남도음식이란 호명의 범주

이번에 프랑스의 바게뜨 빵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지정되어 흥미로웠다. 지난 시기 지정된 우리의 김장문화나 동일한 선상이다. 마르코 로마뇰리는 「유네스코에서 미식 유산 요소: 새로운 유산 범주에 대한 문제, 성찰 및 해석」이란 글에서 전통미식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주 소비되거나 지정된 기념행사 및/ 또는 계절과 연계되고,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달되며, 미식 유산에 따라 지정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공정이 자연적이며, 감각적 속성으로 인해 색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일정 지역, 지방 또는 국가에 연계된 산물." 그의 말대로 음식 유산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공동체가 자신들의 공유 유산이며 일반적인 사회적 실행이라고 여기는 음식에 대한 지식과 요리 기술이 있다. 여기에는 농산물, 다양한 요리 및 요리 기구에서부터 음식을 먹고 마시고 나누는 예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측면이 포함된다. 이렇게 바꾸어 질문해본다. 남도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홍어? 젓갈 김치? 그래서다. 남도를 전라남도로 제한해버린 한계는 있지만 주목할 만한 설문 결과가 있다. 임송미의 「남도음식 인식 및 체험 실태 조사-사람들은 남도음식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글이 그것이다. 전라남도의 기후와 지형에 의해 생산되는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23.9%로 가장 많다. 전라남도 각 지역 지명과 함께 알려진 음식 20.1%, 전라남도 각 지역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먹고 있는 지역음식 17.3% 순으로 나타난다.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남도 음식을 지리적 영향에 따른 재료와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온 조리법에 담긴 음식이라고 인식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남도음식으로 전라,광주권 응답자의 경우, 1순위가 나주곰탕 12.1%, 담양떡갈비 11.9%, 영광굴비 8.7%인데 비해 수도권 응답자의 경우, 영광굴비 14.9%, 담양 떡갈비 12.3%, 나주곰탕 10.7% 순으로 나타난다. 전체 응답 항목을 보면 목포홍어삼합, 완도전복, 보성벌교 꼬막, 무안낙지, 목포낙지탕탕이, 광양숯불구이, 여수게장, 목포낙지, 보성녹차, 여수돌산갓김치, 함평한우 등 수십 가지로 나타난다. 이들 설문 인식에서 어떤 특징들을 잡아낼 수 있을까? 나는 이 통계를 통해,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음식들 즉, 해산물의 수요나 인식이 강조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전남 특산물의 분포와 제사음식으로 보는 남도음식의 특징

조창완과 송태갑이 같이 쓴 '남도 맛 산업의 관광자원화 방안'에서 전남의 특산물을 이렇게 분류해두었다. 농산물로는 쌀, 보리, 양파, 마늘, 시금치, 고구마 등, 과일로는 배, 무화과, 유자, 양다래, 단감, 매실, 딸기, 토마토, 복숭아, 자두, 포도 등, 어류로는 조기, 민어, 낙지, 짱뚱어, 홍어, 광어, 우럭, 민물장어, 갯장어, 꽃게 등, 특용작물로는 녹차, 구기자, 어성초, 표고버섯, 느타리, 새송이, 생약초 등, 해조류로는 김, 파래, 톳, 매생이, 미역 등, 패류로는 전복, 바지락, 홍합 등, 그 외에 천일염 등이 거론되었다. 총량에서야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겠지만 전체적인 품목에서는 바다 관련 특산물이 많다는 점, 특히 바다와 내륙 산물들의 조화와 균형이 보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음식의 총체 혹은 기반을 엿볼 수 있는 제사상의 진설에서도 이 조합은 두드러진다. 내가 이런 유형의 글을 쓸 때마다 인용하는 영광의 최윤자 명인(전남 무형문화재 '통과의례음식장') 차례상 진설의 사례가 그러하다. 쌀보리 농산물과 과일을 이용하고 특히 어류, 해조류, 패류 등이 갖가지로 요리되어 진설된다는 점 확인할 수 있다. 남도음식에 관해 설문작업을 했던 임송미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전남 대표 상징요소로 다도해, 어업, 보길도 등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남도음식은 기후와 지형에 의해 생산되는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이며, 타지역 음식에 비해 유명하다는 인식이 강하므로 섬 음식 발굴 및 수산물 홍보 등과 연계한 남도 음식 스토리텔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내가 주목한 것은 전체 진설의 균형과 조화에 관한 것이다. 거의 대부분 학자들이 주목하는 남도음식의 총화라고나 할까. 예컨대 청정해역과 드넓은 갯벌, 풍부한 해산물 등이 반영된 진설 말이다. 남도음식의 특징을 내륙의 산물과 바다의 산물을 최적으로 구성한 조화와 균형의 식단이라고 말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다리 부러진다고 표현하듯, 수십가지 반찬들로 구성된 남도의 밥상 이미지는 바로 이런 생태적 토양과 균형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남도인문학팁

홍어가 남도음식의 대표성을 갖는가?

전라도 잔치에서 필수 음식이 홍어다. 홍어가 없으면 잔치답지 않다고 인식한다. 그만큼 상징적인 음식이다. 그렇다면 홍어가 전라도의 대표 음식인가? 글쎄다. 상징 음식과 대표 음식이 등가적인가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가 필요하다. 박정석이 쓴 「홍어와 지역정체성: 흑산도 목포 영산포를 중심으로」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홍어는 근자에 '재발견' 혹은 '재인식'된 토속음식이다. 특히 1900년대부터 고갈된 홍어와 존폐의 기로에 섰던 홍어잡이 어선들이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면서 '전통음식', '문화음식'으로 급부상한 맥락이 크다. 표면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호남지역의 정치인들 그리고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홍어를 정치적인 상징물로 활용하면서 홍어가 '전라도'와 연계된 토속음식으로 인식되었다고 분석한다. 이 논의를 몽땅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이 지점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음식의 기호가 영구히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전남의 특산물 분포나 제례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작물의 선호나 문화적 상징 혹은 대표 이미지들은 시대정신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오로지 변하지 않는 남도음식의 특징 혹은 정체는, 바다와 과련된 음식을 적어도 절반 이상 포함하는 식단, 곧 균형과 조화를 향한 철학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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