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尹조사 앞두고 질문지 보강…강공 속 출석시간 신경전
체포영장 기각으로 조사 여력 넓어져
입력 : 2025. 06. 26(목) 11:07
조은석 VS 윤석열.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해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가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이틀 앞두고 질문지를 보강하는 등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관련 의혹의 최종 지시자로 지목된 만큼 질문 분량이 많아 조사가 하루 안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 측은 이날 조사 상황을 고려해 추가 소환 필요성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추가 출석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 등을 검토해 특검이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앞서 체포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한 차례 조사로 곧바로 미체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에 직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은 이날 질문지를 보강하며 오는 28일 이뤄질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대비하고 있다.

앞서 내란 특검은 체포영장 발부 시 이뤄질 윤 전 대통령 조사에 대비해 이미 상당한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저지를 지시하고,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관련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가 적시됐다.

오는 28일 조사는 전날 법원이 체포영장을 기각한 뒤 윤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에 조사 내용이 한정될 필요가 없다.

지난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내란 동조 여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명분을 찾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체포영장 기각으로 윤 전 대통령 측이 사실상 특검에 액면상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특검 입장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조사실로 불러내는 데 성공한 데다 특정 혐의에 구애받지 않고 광범위한 조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체포의 경우 신병 확보는 용이할 수 있지만 구속영장을 사실상 전제로 하는 점에서 향후 특검 측 행보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는 반면 미체포 상태이므로 조사 여력은 넓어진 셈이기도 하다.

특검이 보강 작업을 마치면 질문지는 수백 페이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진행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200여페이지의 질문지를 준비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이란 신분을 고려할 때 예우 차원에서 조사에는 특별검사보가 직접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질문 분량이 많은 만큼 윤 전 대통령 조사는 하루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불응 시 특검이 다시 체포영장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만큼 윤 전 대통령으로선 부르면 다시 출석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하길 기대하기란 어렵단 평가가 우세하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서도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앞서 기소된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재판에선 줄곧 정당한 계엄이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에서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이미 출석 시간을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검은 전날 대면조사 일시를 오는 28일 오전 9시로 통보했음을 언론에 알리며 피의자 측과 출석일시를 협상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단 1시간의 시간 조정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경 특검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며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다.

특검 측의 향후 행보는 윤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와 수사 협조 여부 등에 달려있다는 평가 속에 양측은 첫 대면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철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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