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정연권>구례 남바람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정연권 구례남바람꽃보전위원장
입력 : 2025. 04. 16(수) 18:06

정연권 구례남바람꽃보전위원장
구례군 문척면 금정리 367-3번지. ‘남바람꽃’이 옹기종기 살아가는 서식지다. 다섯 마리 봉황이 지리산을 향해 날아간다는 오봉산(五鳳山) 기슭이다. 다섯 봉우리가 늘어선 모습이 마치 병풍 같이 펼쳐져서 아늑하다. 옆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환상적인 벚꽃 터널이 전개돼 풍광조차 아름답다. 남바람꽃은 이곳을 비롯해 국내 4곳에만 자생한다. 귀한 야생화를 지키기 위해 ‘구례남바람꽃보전위원회’ 21명이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다.
검푸른 새 잎이 올라오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퍼져 자리 잡고 있다. 반갑다. 고맙다. 감사하다. 작년에 이식한 포기도 자리를 잡았다. 지난 4년간 출입을 통제하고 찔레, 칡넝쿨 등 유해 개체를 제거한 덕분으로 개체 수가 늘고 있다. 펜스 울타리를 쳐서 야생화의 순수함을 잊어버렸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펜스 시설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한두 포기 굴취해 갔을지 모른다. 사진 촬영 시 밟히고 유해 개체들로 인해 서서히 멸종의 길을 걸었을 터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서식지 개방 시기 결정에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해 3월 말 개방했는데 올해는 예측 불가능한 기후 실종으로 꽃 필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피어나려는 꽃송이가 성냥개비처럼 앙증스럽고 스무 송이 정도 꽃이 피었다. 4월 2일 서식지 출입문을 열었다. 남바람꽃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일 년을 기다려 왔는데 작년보다 꽃이 늦다며 아쉬워하는 표정들이다.
꽃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안달이다. 꽃이 언제 필 것인가 애타게 기다리며 조급해한다. 꽃은 때가 되고 조건이 충족돼야만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데 지난해 잣대로 기다리기 때문이다. 꽃이 피면 찾아와 문안 인사를 한다. 이게 꽃의 힘이요 마력이다.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서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든다.
나비처럼 꽃을 찾아온 사람들은 진지하게 꽃송이를 보며 카메라에 담는다. 꽃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한다. 엎드리고 쪼그리는 등 다양한 자세로 순간 찰나의 아름다운 자태를 담는다. 아름답고 멋진 사진을 찍으려는 노력에 감탄한다. 한 시간 내외로 머물며 촬영하며 가면서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남바람꽃을 잘 지켜줘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면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특히 단톡방을 개설해 개방 일정과 개화 상황을 알려줘 감사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동아랑초화랑’ 회원들은 남바람꽃을 괴롭히는 환삼덩굴, 쇠뜨기를 조심스럽게 뽑아줬다. 참으로 지극정성이다. “남바람꽃 지키는 데 보탬이 돼 기쁘네요. 내년에도 오겠습니다” 고마운 말씀이다. “앞으로 50년은 해마다 만납시다.” 하자 “50년 후에는 백 살이 넘습니다.” 건강 장수를 기원하는 덕담에 파안대소했다. 꽃 덕분에 웃음꽃이 피었다. 남바람꽃과 웃음꽃에 사람꽃이 만발하니 꽃천지요 꽃세상이 됐다. 말 없는 꽃이 사람들과 말하게 하고 웃게 했다. 대단한 마법사 아닌가.
몽환적인 봄바람이 불어오니 남바람꽃이 활짝 피었다. 천진난만한 구례 여인을 닮은 꽃을 보니 감개무량이다. 숲에서 청아한 새소리가 가슴으로 파고든다. 아침 햇살에 투영된 꽃봉오리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핑크빛 꽃잎이 젖혀지니 하얀 속살이 보인다. 하늘을 향한 투영한 하얀빛이 햇살과 마주하며 인사한다. 말없이 따스한 빛으로 꽃송이를 감싼다. 꽃송이는 서서히 꽃잎을 열고 인사를 한다. 꽃송이가 바람결에 까르르 웃음 짓는다. 활짝 핀 꽃송이에 나비가 찾아왔다. 벚꽃에 있던 꿀벌도 잠시 내려왔다. 활짝 핀 벚꽃이 바람에 날리며 내려온다. 남바람꽃과 벚꽃잎이 어우러져 혼미함과 황홀함을 안겨줬다.
4월 2일부터 시작된 개방은 4월 13일 마무리했다. 12일간 ‘구례남바람꽃보전위원회’ 회원들이 당번을 정해 교대로 자리를 지켰다. 서식지를 밟지 않도록 안내하며 김밥과 음료로 점심을 때웠다. 회비도 내고 칡넝쿨 등 유해 개체 제거 봉사도 했다. 수고의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 이런 일을 자청해서 한다. 무엇 때문인가. 그렇다. 회원들은 구례의 야생화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이다. 남바람꽃이 멸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책임감이다. 펜스 설치에 부정적이던 사람들도 이제는 잘했다고 한다. 구례군도 사유지 매입, 펜스와 데크, 감시카메라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관리 인력과 급수차도 지원해줘 큰 힘이 됐다. 구례남바람꽃 보전은 관민(官民)의 합작품이다. 구례군민 모두의 뜨거운 열정과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다.
개방 기간에 800여 명이 방문했다. ‘남바람꽃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거의 사진작가와 애호가이다. 구례군의 진정한 생활인구로 존귀한 분들이다. 이들은 새벽부터 밤에는 물론 숙박하며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진력한다. 야생화 탐구자로 자연 생태 예술가다. 화엄사 홍매화, 수선화, 벚꽃 등을 같이 담아간다. 돌아가서 본인의 SNS에 올려 대한국민에게 전파한다. 랜선으로 꽃이 다시 피어난다. 영원히 지지 않는 영원불멸의 꽃이 됐다. 구례 남바람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름다운 봄날이다.
검푸른 새 잎이 올라오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퍼져 자리 잡고 있다. 반갑다. 고맙다. 감사하다. 작년에 이식한 포기도 자리를 잡았다. 지난 4년간 출입을 통제하고 찔레, 칡넝쿨 등 유해 개체를 제거한 덕분으로 개체 수가 늘고 있다. 펜스 울타리를 쳐서 야생화의 순수함을 잊어버렸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펜스 시설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한두 포기 굴취해 갔을지 모른다. 사진 촬영 시 밟히고 유해 개체들로 인해 서서히 멸종의 길을 걸었을 터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서식지 개방 시기 결정에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해 3월 말 개방했는데 올해는 예측 불가능한 기후 실종으로 꽃 필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피어나려는 꽃송이가 성냥개비처럼 앙증스럽고 스무 송이 정도 꽃이 피었다. 4월 2일 서식지 출입문을 열었다. 남바람꽃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일 년을 기다려 왔는데 작년보다 꽃이 늦다며 아쉬워하는 표정들이다.
꽃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안달이다. 꽃이 언제 필 것인가 애타게 기다리며 조급해한다. 꽃은 때가 되고 조건이 충족돼야만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데 지난해 잣대로 기다리기 때문이다. 꽃이 피면 찾아와 문안 인사를 한다. 이게 꽃의 힘이요 마력이다.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서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든다.
나비처럼 꽃을 찾아온 사람들은 진지하게 꽃송이를 보며 카메라에 담는다. 꽃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한다. 엎드리고 쪼그리는 등 다양한 자세로 순간 찰나의 아름다운 자태를 담는다. 아름답고 멋진 사진을 찍으려는 노력에 감탄한다. 한 시간 내외로 머물며 촬영하며 가면서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남바람꽃을 잘 지켜줘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면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특히 단톡방을 개설해 개방 일정과 개화 상황을 알려줘 감사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동아랑초화랑’ 회원들은 남바람꽃을 괴롭히는 환삼덩굴, 쇠뜨기를 조심스럽게 뽑아줬다. 참으로 지극정성이다. “남바람꽃 지키는 데 보탬이 돼 기쁘네요. 내년에도 오겠습니다” 고마운 말씀이다. “앞으로 50년은 해마다 만납시다.” 하자 “50년 후에는 백 살이 넘습니다.” 건강 장수를 기원하는 덕담에 파안대소했다. 꽃 덕분에 웃음꽃이 피었다. 남바람꽃과 웃음꽃에 사람꽃이 만발하니 꽃천지요 꽃세상이 됐다. 말 없는 꽃이 사람들과 말하게 하고 웃게 했다. 대단한 마법사 아닌가.
몽환적인 봄바람이 불어오니 남바람꽃이 활짝 피었다. 천진난만한 구례 여인을 닮은 꽃을 보니 감개무량이다. 숲에서 청아한 새소리가 가슴으로 파고든다. 아침 햇살에 투영된 꽃봉오리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핑크빛 꽃잎이 젖혀지니 하얀 속살이 보인다. 하늘을 향한 투영한 하얀빛이 햇살과 마주하며 인사한다. 말없이 따스한 빛으로 꽃송이를 감싼다. 꽃송이는 서서히 꽃잎을 열고 인사를 한다. 꽃송이가 바람결에 까르르 웃음 짓는다. 활짝 핀 꽃송이에 나비가 찾아왔다. 벚꽃에 있던 꿀벌도 잠시 내려왔다. 활짝 핀 벚꽃이 바람에 날리며 내려온다. 남바람꽃과 벚꽃잎이 어우러져 혼미함과 황홀함을 안겨줬다.
4월 2일부터 시작된 개방은 4월 13일 마무리했다. 12일간 ‘구례남바람꽃보전위원회’ 회원들이 당번을 정해 교대로 자리를 지켰다. 서식지를 밟지 않도록 안내하며 김밥과 음료로 점심을 때웠다. 회비도 내고 칡넝쿨 등 유해 개체 제거 봉사도 했다. 수고의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 이런 일을 자청해서 한다. 무엇 때문인가. 그렇다. 회원들은 구례의 야생화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이다. 남바람꽃이 멸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책임감이다. 펜스 설치에 부정적이던 사람들도 이제는 잘했다고 한다. 구례군도 사유지 매입, 펜스와 데크, 감시카메라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관리 인력과 급수차도 지원해줘 큰 힘이 됐다. 구례남바람꽃 보전은 관민(官民)의 합작품이다. 구례군민 모두의 뜨거운 열정과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다.
개방 기간에 800여 명이 방문했다. ‘남바람꽃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거의 사진작가와 애호가이다. 구례군의 진정한 생활인구로 존귀한 분들이다. 이들은 새벽부터 밤에는 물론 숙박하며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진력한다. 야생화 탐구자로 자연 생태 예술가다. 화엄사 홍매화, 수선화, 벚꽃 등을 같이 담아간다. 돌아가서 본인의 SNS에 올려 대한국민에게 전파한다. 랜선으로 꽃이 다시 피어난다. 영원히 지지 않는 영원불멸의 꽃이 됐다. 구례 남바람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름다운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