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R의 공포’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5. 03. 20(목) 17:25

이용환 논설실장
지난 2008년 초,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R의 지표’라는 지수를 발표했다.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recession’의 첫 글자 ‘R’을 딴 신조어로 일종의 경기 침체를 파악하기 위한 척도였다. 언론에 ‘recession’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할수록 가까운 미래,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경제가 둔화나 정체를 넘어 공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담겼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가 경기침체로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는 ‘R의 공포’였다.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빗댄 ‘S의 공포’도 등장했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였던 ‘R의 공포’는 2008년 전 세계를 휩쓸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당장 유럽은 그 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버블이 붕괴되고 채권보증업체 모노라인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5개국을 이르는 유로존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처음이었다. 유로존 밖의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주식시장과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미국과 일본도 주식시장 붕괴를 시작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악화와 기업파산이라는 악순환에 맞닥뜨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0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이 급변동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됐다. 여기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물가가 오르면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수출과 투자, 소비 등에서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서브프라임의 버블 붕괴라는 외부 충격이 만든 금융 시장에서의 ‘R의 공포’가 실물경제에까지 번져간 최악의 상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이 촉발한 ‘R의 공포’가 또 다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올해 경제의 역성장을 전망하는 예측이 속출하고 증권시장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진 우리나라는 원화가 폭락하고 내수 부진에 관세 압박 등이 겹치면서 ‘공황’에 대한 위기감까지 제기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건설업 발 ‘4월 위기설’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대미문의 위기’다. 탄핵이 늦춰지면서 나오는 사회적 분열과 갈등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터무니없었던 윤석열 식 정치, 무능했던 여당과 무책임하고 무도했던 야당, 난무하는 정치권의 거짓과 조작, 몰상식까지…. 허접한 정치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민낯이 기우였던 ‘R의 공포’를 현실로 불러오고 모두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
하지만 사전적 의미였던 ‘R의 공포’는 2008년 전 세계를 휩쓸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당장 유럽은 그 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버블이 붕괴되고 채권보증업체 모노라인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5개국을 이르는 유로존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처음이었다. 유로존 밖의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주식시장과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미국과 일본도 주식시장 붕괴를 시작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악화와 기업파산이라는 악순환에 맞닥뜨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0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이 급변동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됐다. 여기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물가가 오르면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수출과 투자, 소비 등에서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서브프라임의 버블 붕괴라는 외부 충격이 만든 금융 시장에서의 ‘R의 공포’가 실물경제에까지 번져간 최악의 상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이 촉발한 ‘R의 공포’가 또 다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올해 경제의 역성장을 전망하는 예측이 속출하고 증권시장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진 우리나라는 원화가 폭락하고 내수 부진에 관세 압박 등이 겹치면서 ‘공황’에 대한 위기감까지 제기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건설업 발 ‘4월 위기설’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대미문의 위기’다. 탄핵이 늦춰지면서 나오는 사회적 분열과 갈등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터무니없었던 윤석열 식 정치, 무능했던 여당과 무책임하고 무도했던 야당, 난무하는 정치권의 거짓과 조작, 몰상식까지…. 허접한 정치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민낯이 기우였던 ‘R의 공포’를 현실로 불러오고 모두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