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광일>쌀 소비 앞장 서야할 때
이광일 농협중앙회 전남본부장
입력 : 2025. 03. 13(목) 17:37
이광일 농협중앙회 전남본부장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55.8㎏.

최근 통계청인 발표한‘2024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다. 전년대비 1.1%(0.6㎏) 줄어들었으며 1984년(130.1㎏) 이후 40년 연속 감소한 수치다. 하루에 평균 152.9g의 쌀을 먹고 있으니 밥 한 공기(쌀 90g) 기준으로 두 공기도 먹고 있지 않다.

쌀을 갈수록 적게 먹는 이유는 식생활의 서구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살을 찌운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쌀의 주성분이 탄수화물이다 보니 과학적인 분석 없이 무조건 쌀밥을 적게 먹을수록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생각들이 은연중에 국민들의 인식 속에 박혔다. 먼저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 보자.

보건복지부는 성인들이 1일 평균 2005kcal 이상의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만성질환 위험 때문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순으로 필수영양소가 일정 비율 이상 필요하다. 이 중 탄수화물에서 평균 필요 에너지량의 60%인 1203kcal을 얻어야 한다.

쌀은 탄수화물 비중이 77.9%이다. 지난 해 국민들이 하루에 먹는 쌀이 152.9g이니 총 119g의 탄수화물을 쌀을 통해 섭취해 하루에 476.4kcal(탄수화물 1g 당 4kcal)의 에너지를 얻었다. 이 수치는 탄수화물에서 얻어야 하는 필요에너지의 채 39.6%에 불과하다.

다이어트를 위해 쌀을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에너지원 섭취를 위해 오히려 쌀 소비량을 늘려야 한다. 열량만 높고 불필요한 영양소로 가득한 건강에 해로운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균형 잡힌 쌀밥 중심의 한식 식단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임을 입증한 국내외 임상자료는 상당하다. 강재헌 성균관대 의대·강북삼성병원 교수의 호주 과체중·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한식이 양식에 비해 허리둘레가 더 많이 감소(한식 5.3%, 양식 3.3%)했다.

한식 만족도가 높을수록 체중,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체지방률 감소에도 효과적이었다. 공복혈당과 인슐린분비가 각각 5.1mg/dl, 5.0mg/dl 감소해 당대사 기능 개선 효과도 향상됐다.

서울대와 농촌진흥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과체중에 저밀도지단백(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식과 미국 권장식 및 미국 일반식을 섭취시킨 결과 한식이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질을 낮춰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미국농업연구소(ARS)가 진행한 LDL 콜레스테롤이 높고 과체중인 미국인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결과 쌀밥 중심의 한식이 미국식보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각각 7.4%, 9.1%를 낮춘 사실도 있다.

누구나 쌀밥을 먹고 나면 다른 음식에 비해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는 밥의 전분이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되고 흡수되기 때문이다.

밥과 반찬을 번갈아 먹게 되어 혈당 상승을 억제시켜 식사섭취량을 줄여 비만 예방에도 오히려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세계 최하위 수준의 경제규모에서 지금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쌀은 반만년의 역사에서 우리 민족의 주요한 에너지원 역할을 해 왔으며 특히 산업화 시대 동안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공급해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었고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국민들의 허기를 든든히 채워줬다.

하지만, 점차 쌀의 희생이 국민들의 마음에 잊혀 가고 있다.

농협은 지난 한 해 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갈수록 감소하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해‘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을 실시했다. 올 한해도 동일한 금액으로 아침밥먹기 캠페인, 쌀 수출 확대, 쌀 가공식품 활성화 등 쌀 소비에 최선을 다 할 예정이다.

하루아침에 인식과 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이제 국민들의 쌀에 대한 인식 전환과 쌀밥 한 공기 더 먹기와 같은 호응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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