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이후, 한강 작품의 특별함 더 커졌다"
'노벨상' 받는 한강에 ‘축하메시지’
오는 10일 스톡홀름서 시상식 개최
12·3 계엄 사태에 ‘오월문학’ 주목
“대한민국 문학 저변 확대에 기여”
문화계 인사 축사 통해 찬사 보내
입력 : 2024. 12. 08(일) 18:27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상자 강연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소설 ‘소년이 온다’ 저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을 앞두고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응이 뜨겁다.

노벨상 시상식은 11일 오전 0시(한국시간·스웨덴 현지시간 10일 오후 4시) 개최를 앞두고 있다. 오월문학의 최전선에서 작품 활동을 펼쳐온 한강 작가의 이번 수상은 최근 일어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다시금 민주주의를 향한 잔혹하고 참담했던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는 반응이다.

지역 문학계는 광주 문학의 진흥과 함께 K-문학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근모 광주문인협회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광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의 문학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며 “매년 부산에서 개최하는 지역문화교류전 주최 측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 덕분에 지난 10월 올해 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고 광주문인협회에 감사의 뜻을 표했을 정도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제11회 지역문학교류전은 예산 삭감 때문에 올해 무산될 위기였지만,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영남 지역에서도 이런 훌륭한 소설가 배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주의에 대한 후퇴가 이뤄졌다. 이같은 행태를 보면 그간 투쟁의 역사를 다룬 한강의 작품들을 마음에 되새기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 문화계 대표 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최근 전국 대학생 60여명이 ‘한강문학기행’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글을 따라서 작품의 배경을 걷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학생들이 5·18 열사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문학의 위대함을 느꼈다. 한강 작가는 글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과 진실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김은영 전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한강의 시 ‘마크 로스코와 나’를 통해 주목받은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는 ‘어떻게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유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 인간이 처한 심각한 상황을 직시하게 할 수 있는가?’에 예술의 의미를 뒀다. 한강의 소설 역시 독자들에게 비극적 역사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고 동화되게 하는 예술의 진정한 힘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탁월한 가치로 재조명받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문학을 전공하는 학계와 학생들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학적 성과는 물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정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국민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문학에 펼쳐진 역사는 과거 사건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러한 문학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되묻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2학년 김모(20)씨는 “최근 과거에만 머물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돼 혼란스러웠다. 한강의 소설은 지우고 싶은 역사로부터 무감각해질 때 다시 한번 과거를 직시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며 “트라우마는 단순히 부정하고 도망쳐 해결될 문제가 아닌, 인정하고 반성하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기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강 작가는 11일(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을 예정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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