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는 노점상 흉기 피습, 살인미수범에 징역 10년 ‘중형’
항암치료 받던 피해자 병세 악화돼 숨져
입력 : 2024. 10. 20(일) 18:27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6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노점상 주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던 피해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 법원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돼 살인죄 수준의 무거운 형인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18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남모(69)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했다.

남씨는 올해 5월6일 오전 9시께 영광군 영광읍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과일을 팔던 60대 노점상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조현병 증상이 있던 남씨는 일면식도 없는 A씨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제지에도 범행을 이어가려 했고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A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으나 6월 말 암으로 숨졌고 A씨의 유족은 항암치료로 호전되던 중 자상 치료를 받느라 암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김밥·콜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남씨의 범행으로 인해 A씨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며 살인미수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밥·콜라 살인사건은 지난 1993년 조폭 조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입원 중 김밥과 콜라를 먹고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김밥과 콜라를 먹고 사망한 것이 직접적 사인이나 가해자의 행위 이후 피해자의 행동은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 봐 살인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남씨의 범행과 A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살인미수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이후 호전 소견을 보여 중환자실에서 입원실로 옮긴 사실이 있고 의료진의 판단이 ‘범행 전 치료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점을 고려했을 때 범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정신병으로 망상에 빠져 무고한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큰 고통을 안기고도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며 사죄하지 않아 살인죄에 가까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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