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계기 ‘5·18 헌법전문 수록’ 속도 낸다
오월 배경 ‘소년이 온다’…세계적 가치
광주시, 정치권과 ‘개헌추진본부’ 구성
원포인트 개헌·조사위 활동 연장 추진
시도의장협 성명·범시민 운동 등 전개
입력 : 2024. 10. 17(목) 18:27
‘2024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한강 작가. 뉴시스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위해 힘을 한데 모으기로 했다.

17일 광주시와 국회,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광주 출신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지역에는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이자 5·18을 다룬 2014년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두고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그리스 고전이자 소포클레스 희곡인 ‘안티고네’와 견주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을 배경으로, 군사정권의 잔혹한 탄압을 겪은 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 폭력의 비극을 문학적으로 재현했다. 이 작품은 역사적 폭력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고통을 깊이 탐구하고 폭력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의 인류애와 연대를 주제로 삼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끔찍한 상황에서도 연대와 희망을 찾고자 함임을 일깨어 준다. 이는 노벨문학상이 지향하는 인간의 본질, 폭력에 대한 저항, 인류애, 연대, 평화를 모두 담고 있다.

이에 광주·전남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신’이라는 취지아래 지지부진한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광주시는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개헌을 추진해 오월정신이 세계로 확산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확고히 정착되는 길을 닦겠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개헌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이야말로 헌법전문 수록을 진행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정치권과 함께 ‘개헌추진본부’ 구성을 준비하고 오월정신을 헌법에 기록하는데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문제는 실제 헌법 개헌을 두고 진행되는 정치적 합의 여부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오월 정신 전문 수록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항들도 진행될 가능성이 많고, 이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헌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월 정신만을 두고 진행하는 원포인트 개헌이라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소년이 온다’가 재조명받고 있고, 많은 이들이 그날에 대한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는 쉽게 형성될 수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정진욱(광주 동남갑) 의원은 “한강 작가의 수상은 광주 그리고 5·18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귀중한 계기가 됐다”며 “오월이 세계인의 공인을 받은 만큼, 대한민국도 역사의 중요한 뿌리로서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 시작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최근 이재명 대표가 ‘헌법전문 수록은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데, 조만간 개헌 토론회나 오월 서적 낭독회 등을 구상 중”이라며 “부실하게 발표됐던 5·18 보고서 등을 바로잡기 위해 5·18조사위원회 활동 연장 추진도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숙(북구을) 의원은 지난 15일 5·18 민주유공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5·18 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한데 이어 “5·18 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고 관련자들을 정당하게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 또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와 가치를 헌법적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결정인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은 “오월항쟁은 이미 사법적 판단과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이제 전 세계적 공감대 마저 형성된 만큼,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더 미뤄선 안 된다”며 “시의회는 추후 시도의장협의회에서 헌법 전문 수록 촉구를 위한 성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SNS 릴레이 캠페인 등 범시민 공감대 확산 운동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설을 ‘역사 왜곡’이라고 폄하하는 등 후안무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서라도 하루 빨리 오월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해 더이상 이런 모독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병하·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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