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발보다 보존 앞서야 할 장록습지 복원
사람 위한 과한 개발 자제해야
입력 : 2024. 06. 27(목) 17:16
광주시가 광산구 서봉동 ‘장록습지’ 복원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소식이다. 습지는 미생물의 활동과 습지식물의 성장을 통해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도시화와 환경 변화 등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 생태계의 현실에서 미래를 위해 습지를 복원키로 한 광주시의 결정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장록습지 복원을 위한 거점시설인 ‘탄소흡수원 조성사업’에 대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설계공모를 진행한다. 지난 2021년, 환경부로부터 도심 속 국가습지로 지정된 장록습지는 멸종위기종인 수달, 삵, 새호리기, 흰목물떼새를 포함해 모두 829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는 서봉동 일대 1만1051㎡에 총사업비 195억 원을 투입해 무단 경작 등으로 훼손된 습지를 친환경 생태공간으로 복원하고 생태체험교육 시설과 시민 여가공간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릴 만큼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는 갈대습지를 조성하면서 세계적 희귀 새인 저어새를 비롯해,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이 다수 서식하는 생명의 호수로 바뀌었다. 시화호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공간이다. 홍수 조절과 탄소저장 능력으로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키는데도 기여한다. 환경이 곧 돈이 되는 시대, 지속가능한 광주의 미래를 위해 개발보다 보존을 선택했다는 것도 광주의 긍정적인 변화다.

습지의 난개발을 막고 보전하기 위한 세계인의 약속인 람사르 협약의 모토는 ‘습지가 건강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새겨야 할 가치다. 광주시는 지난 5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북구 평두메 습지와 함께 장록습지가 도심 속 자연 공간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훼손지 복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간 활용 등을 명분으로 지나친 개발도 자제해야 한다. 사람만을 위한 인공적인 개발은 되레 건강한 습지를 망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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