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잇몸 야구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cdstone@jnilbo.com
입력 : 2024. 05. 26(일) 17:28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라는 말이 있다. 한 없는 낙천성을 보여주는 속담이 아닐 수 없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게 된다는 긍정성과 희망이 담겨 있다.

미국의 과학자 겸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는 “희망만을 먹고 사는 자는 굶어 죽을 것이다”라는 어록을 남긴 바 있다. 현실적인 목표에 더 집중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전설적인 그룹 너바나 리드싱어 커트 코베인(1967~1994)은 “태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줄기의 빛이 내게 비춰졌다”라는 명언으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심어줬다.

무언가 실패했다고 해서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없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 된다. 상황을 탓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아는 것이 지혜다.

프로야구단 KIA타이거즈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나성범, 황대인, 박찬호, 김도영 등 야수들의 줄부상에 이어 임기영, 이의리, 윌 크로우 등 투수들까지 부상 이탈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였지만 잇몸 선수들의 활약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야수 중에서는 프로 5년차를 맞이한 ‘슈퍼 백업’ 내야수 홍종표가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주전은 아니지만, 백업으로 25일 기준 25경기에 출전해 41타수 14안타 타율 0.341 5타점 7득점 1도루 OPS 0.889 득점권타율 0.444를 기록 중이다. 표본이 적지만 꽤 인상적인 성적으로, 주전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백업 포수 한준수도 팀의 선두 수성에 기여하고 있다. 개막 전까지 주목받지 못한 한준수는 25일 기준 39경기 타율이 0.313에 이른다. 출루율(0.349)과 장타율(0.427)을 합한 OPS가 0.776이다.

대체 투수들의 활약도 KIA 1위 사수의 원동력이었다. 황동하는 임시 선발로 5경기에 나서 23.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높지만 지난해보다 한층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며 5월 4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던졌고, 지난 18일 NC전에서는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며 윌 크로우와 이의리의 공백을 잘 메워줬다.

KIA의 잇몸 야구가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뎁스(선수층)이 두껍다는 뜻이다. 그래서 KIA 팬들은 올시즌 우승 희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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