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이명노>나라를 쪼개 대통령이 얻는 이익은 없다
이명노 광주시의원
입력 : 2025. 06. 12(목) 17:07
이명노 광주시의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국민은 민주주의 회복과 통합의 시대를 열 새로운 인물을 선택했다. 내란 종식과 불법계엄 책임자 처벌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국민은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그 결과를 지금은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빠른 행보로 국정에 착수했다. 취임식 대신 취임 선서를 통해 임기를 시작했고, 당일 여야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통합과 협치의 의지를 밝혔다. 국회 청사 방호 직원들과 환경미화원들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며 국민에 대한 존중도 드러냈다.

심지어 지난 정부의 내각을 유지한 채 첫 국무회의를 열어 각종 현안을 진단했고,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며 4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했다. 2024년 윤석열 정부의 국무회의 총 40회 중 1시간 이상 소요된 경우가 단 7건, 안건당 처리시간이 1분 8초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회의 시간이 전부가 아니다. 행정명령 1호로 비상경제점검TF를 구성하며 민생 회복에 나선 모습은 기대했던 ‘일하는 대통령’, 이재명다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훈훈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러한 변화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우리는 선거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가 끝났다고 모든 일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까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모습은 지우고, 어떤 정신은 이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의 운동원도 우리 시민입니다.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을 비난하지 말아주세요.” 선거는 갈등이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고 화합을 배우는 시간이어야 한다. 당선된 인물에게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품고 가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는 시민, 지도자, 국가 3주체 모두가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자 기회다. 이번 선거는 지난번보다 나은 사람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지난번보다 나은 면모를 갖춘 인물들이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함께 더 나은 국가를 만들어야 하고 대한민국은 그 과정의 반복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런데 어떤 후보는 눈앞에 있는 표심과 지지를 위해 사회를 퇴보시켜서라도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무책임한 전략 펼치기를 일삼았다. 그자의 타겟이었던 부류는 여성, 장애인, 노인 등 ‘국민’이었다. 갈라치기를 통해 반대편의 표심만 적절히 취하는 전략을 습관처럼 구사한다. 사회의 성장과 통합, 국가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기면 그만이다.

당대표가 될 때까지, 0선 당대표로 다른 인물을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시킬 때까지도 그 전략이 먹혔을지 모른다. 그러나 직접 출마한 선거에서 그런 전략과 정신은 결코 먹히지 않았다. 큰 역할을 맡길만한 그릇에 기대하는 품격이 아니었고 그 인물의 수준보다 국민의 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쪼개고 분열시켜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다. 그렇게 분열을 조장해 표심을 얻고자 하는 인물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이유는 충분하다. 분열과 분단의 고통 속 대동세상을 위해 피땀 흘린 우리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더욱 경계해야 할 전략이다.

그 후보는 마지막 TV토론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뱉으며 자멸했다. 40세 후보에게 앞으로 대선에 나설 기회가 몇 번인지를 망각한 채 또다시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국민에게 불쾌함을 떠안겼다. 보전받을 수 없는 득표로 처참히 패배했지만 확신한다. 또 어딘가에서 본인의 득표를 세대별, 성별로 구분하며 정신 승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준석 후보에게 전하고 싶다. 국민을 슬프게 만들 심산이 아니라면 다시는 대선에 나오지 마시라. 우리 국민은 끊임없이 성숙해지고 있다. 이번 대통령의 임기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런 국민은 누구에게 표를 줄지 점점 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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