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맞는 오월'…광주 5·18묘지 참배객 발길 이어져
악천후 속 '추모 열기' 가득해
"영령께 감사·속죄를"…눈시울
지역 학생들 현장 계기교육도
"오월정신 잊지않고 기억할 것"
입력 : 2025. 05. 01(목) 18:09
1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일동중학교 학생들이 지도교사의 현장 수업을 듣고 있다. 윤준명 기자
1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보성중학교 학생들이 추모탑 참배를 위해 행진하고 있다. 이정준 기자
“5월의 첫날을 맞아 영령들께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고자 민주묘지를 찾았습니다.”

1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만난 김수현(65)씨는 “12·3계엄사태와 탄핵 정국까지 겪으며, 오월광주의 정신이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시절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으며, 공수부대의 폭력에 쫓겨 전남도청 인근 자택에 몸을 숨겼던 경험이 있다. 그는 “마지막 날 집에 숨어 듣던 가두방송의 울부짖던 목소리, 이어진 총소리와 비명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느끼는 일종의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있다”며 “영령들에 대한 감사와 속죄의 마음을 담아 참배를 오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어느덧 45번째 오월을 맞은 민주묘지에는 영령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기 위한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그날의 함성과 상흔을 반추하며, 그들이 염원했던 ‘대동세상’의 의미를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겼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내린 비와 천둥번개 등 악천후 속에서도 추모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차례를 지내러 온 유족부터 영령들의 생전 친구와 지인, ‘노동자의 날’ 휴일을 맞은 가족 단위 시민까지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5·18민주화운동 11주기 기념행사 중 ‘참교육 실현’을 외치며 산화한 김철수 열사의 고교 동창 김재칠(52)씨도 묘역을 찾아 묵념을 올렸다.

김씨는 “5·18 ‘노동자 해설사’로 활동하게 돼, 관련 공부도 하고 친구도 보기 위해 찾아왔다. 고인은 고교 3학년의 어린 나이에도 바른 성품을 바탕으로 봉사와 사회공헌 활동에 힘써왔다”며 “친구가 희망했던 공정한 세상과 현실의 간극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누구보다 용감했던 그의 정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애달픈 감회를 밝혔다.

일동중학교와 서석중학교 등 광주지역 학교들도 현장 중심의 계기 교육에 나섰다.

일동중학교 1학년 학생 75명은 민주묘지 내 유영봉안소를 찾아 열사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들의 헌신을 되새겼다. 또 ‘광주정신’의 의미를 스스로 고민해 글로 적고, 탐방 중 느낀 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체험형 수업도 함께 진행됐다.

지도교사 박숙희(50)씨는 “5월을 맞아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알리고자 견학을 기획했다”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논란과 맞물려 5·18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는 지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역사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은(14)양은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들으니, 5·18민주화운동을 더 일찍 알지 못한 게 아쉽다”며 “영령들의 사진을 눈 앞에 마주하며 마음이 아팠고,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행동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보성중학교와 해남 우수영중학교 등 멀리 떨어진 전남지역 학생들도 민주묘지를 찾아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현준(보성중 1년)군은 “수많은 묘역 앞에 서니 겪어보지 못한 그날의 고통이 가슴 깊이 전해졌다”며 “광주·전남 곳곳에서 항쟁을 이어간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우리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함을 갖고,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12·3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며, 영령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묘지를 찾은 타 지역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묘역 앞에서 그날의 참혹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경건하게 헌화와 묵념을 올렸다.

경북 구미에서 온 김영진(44)씨는 “5월을 맞아 광주에 있는 5·18사적지를 돌아보고, 마지막 코스로 민주묘지를 찾았다.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주의의 모태”라며 “그들이 꿈꿔왔던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과 오월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윤준명·이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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