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지정에도 PC방 흡연 여전…'단속 사각지대'
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 13년째
담배연기에 비흡연자 고통 '심화'
처벌규정 미비·인력부족 등 원인
"업주교육 강화·단속 확대 할 것"
입력 : 2025. 02. 18(화) 18:46
최근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PC방 좌석에 놓인 종이컵 안에 담배 꽁초가 수북히 쌓여있다. 정승우 수습기자
최근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PC방에서 이용자가 좌석에서 흡연하고 있다. 정승우 수습기자
PC방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좌석 흡연이 만연하게 이뤄져 비흡연 이용자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는 신고조차 어렵고, 현행법상 흡연자에게만 과태료를 적용해 업주는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등 단속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찾은 광주 광산구 우산동의 한 PC방.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욱한 담배 연기가 코끝을 강하게 찔렀다. 손님들은 종이컵을 재떨이 삼아 좌석에서 흡연하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부에 흡연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이 앉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13년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모든 PC방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좌석 흡연이 만연한 모습이었다.

60대 장모씨는 “원래 이용하던 PC방이 업주 방침으로 전면 금연으로 전환돼 이곳으로 옮겼다”며 “구청과 보건소 등에서 단속을 나올 때는 업주가 미리 언질을 주기도 한다.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낸 적도 있지만, 편의를 위해 자리에 앉아 흡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PC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은 전면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으로 유리막을 통해 흡연석과 금연석이 구분돼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통로 등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탓에, 흡연석에서 발생한 담배 연기가 금연석으로 넘어가 곳곳에서는 비흡연자들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위치해 학생들의 이용도 잦을 것으로 보여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우려됐다.

윤모(32)씨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PC방이라 처음 찾아오게 됐는데, 아직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잠깐 있었을 뿐인데 옷에 담배 냄새가 심하게 배서 너무 불쾌하다. 학생들도 많이 찾는 공간인데 업주의 강력한 제지와 함께 단속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취재 결과, 이 두 곳의 PC방뿐만 아니라 광주 도심 곳곳의 PC방에서 여전히 좌석 흡연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심야시간대 직접 한 구청 당직실에 흡연 관련 민원을 접수해봤지만, 담당자는 야간 단속 관련 매뉴얼이 없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경찰 역시 PC방 흡연 단속은 구청·보건소 소관이라며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실내 흡연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심야시간대나, PC방에 이용자가 가장 많은 휴일의 경우 보건소가 운영하지 않아 민원을 제기해도 단속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흡연 적발 시 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점, 단속 대상에 비해 부족한 금연지도원 등도 PC방 좌석 흡연이 지속되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PC방 등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이들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나, 업주는 금연구역 안내 표지를 설치하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돼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한 PC방 관계자는 “손님들에게 흡연을 허용한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손님들이 임의로 종이컵을 가져가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청과 보건소에서 단속도 자주 나오지만 실효성이 없다. 손님들에게 흡연을 자제해 달라고 말해도 잘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보건소 관계자들은 현장 적발을 해야 하는 점과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시내 PC방은 1046곳에 달하지만, 단속하는 금연지도원이 39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PC방만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정류장 인근부터 학교 등 모든 금연구역을 단속해야 하므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광주지역 PC방에 대해 총 2599차례의 금연 점검이 진행됐지만, 이는 1개소 당 연평균 2.5회에 불과한 수치로 흡연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신고를 접수해 현장에 나가더라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적발해야 단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흡연 적발 건수는 78건에 그쳤고, 부과된 과태료도 총 780만원에 불과했다.

광주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정기 단속은 물론,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현장에 출동하지만, 흡연 행위를 직접 목격해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며 “금연지도원에 비해 단속 대상도 많아 완벽한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주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곳을 중심으로 불시 단속을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우 수습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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