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주남마을, 5·18 희생자 넋 기리는 ‘노란 물결’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 개최
공수부대 무차별 발포 15명 숨져
만장기 행렬·시낭송·살풀이 다채
당시 유일 생존자 홍금숙씨 참석
"과거의 아픔 잊지 말고 기억해야"
공수부대 무차별 발포 15명 숨져
만장기 행렬·시낭송·살풀이 다채
당시 유일 생존자 홍금숙씨 참석
"과거의 아픔 잊지 말고 기억해야"
입력 : 2025. 06. 12(목) 17:39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주남마을에서 열린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이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주남마을이 간직한 슬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랍니다”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주남마을 입구는 ‘제12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 행사를 준비하는 주민들로 분주했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과 봉사자, 시민 등 100여명이 손목에 노란 풍선을 달고 행진에 나섰고, 마을은 노란 물결로 물들었다. ‘인권이 숨 쉬는 주남마을’, ‘민주·인권·평화’가 적힌 만장기를 들고 518m 거리에 있는 위령비로 향했다. 민주로, 인권로, 평화로 구간에 설치된 ‘민주·인권·평화의 시비’ 앞에서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 낭송도 진행됐고 위령비 앞에 마련된 무대에선 살풀이로 영령들의 한을 달랬다. 이어 위령비에 모두 올라가 손에 단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1980년 5월 주남마을 일대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오월의 아픔을 기억하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을 가슴에 담았다.
김금례(75)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봉사를 위해 참석했지만 이곳에 오면 매번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든다”면서 “주남마을이 간직한 슬픔을 모두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옥(70)씨는 “행사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45년 전 큰 아이가 백일이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기역이 니은이 인권 문화제 추진위원회와 지원2동 주민자치회, 주남마을 주민들이 주최하고 광주광역시와 동구 등이 후원하며 민관이 협력해 개최됐다.
‘기역이 니은이’는 과거 주남마을의 옛 지명인 지한면 녹두밭 웃머리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기억하라! 녹두밭 웃머리”의 초성인 기역과 니은을 상징화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아픔과 상처에서 승화된 치유와 평화를 지향하는 마을공동체를 목표로 주민들이 주도해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주남마을은 1980년 5월 23일 공수부대원들이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발포한 ‘주남마을 인근 양민학살 사건’의 비통한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다. 당시 11공수여단은 마을 인근 도로를 지나던 미니버스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15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공수부대원들은 부상자 중 2명을 마을 뒷산으로 끌고가 총살한 뒤 암매장했다. 주남마을 인근 양민 학살지는 5·18 사적지 제14호로 1998년 지정됐다.
이날 문화제에는 ‘주남마을 인근 양민학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홍금숙씨가 참석했다. 홍씨는 그동안 문화제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를 밝히며 그날 자신이 겪은 기억을 설명했다.
홍씨는 “트라우마 때문에 이곳을 오기 쉽지 않았지만 약을 처방받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묘비에 있는 두 분은 저와 같이 와서 사살당한 분이 아닌 또 다른 차량의 희생자이다. 저와 함께 끌려온 분들의 시신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날의 진상이 더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슬픈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해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를 열고 있다.
오전 행사가 끝난 뒤 오후에는 △헌법 속 인권 찾기 퀴즈 △마을 스탬프 투어 △평화의 꽃 피움 등 주남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참석자들이 행사를 다채롭게 즐겼다.
이철성 위원장은 “주민들이 주도한 행사에 찾아온 방문객들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주남마을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해 주길 바란다”면서 “많은 분들이 마을 내 주요 사적지를 탐방하며 숭고한 뜻을 기리고 스스로 그 가치와 의미를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주남마을 입구는 ‘제12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 행사를 준비하는 주민들로 분주했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과 봉사자, 시민 등 100여명이 손목에 노란 풍선을 달고 행진에 나섰고, 마을은 노란 물결로 물들었다. ‘인권이 숨 쉬는 주남마을’, ‘민주·인권·평화’가 적힌 만장기를 들고 518m 거리에 있는 위령비로 향했다. 민주로, 인권로, 평화로 구간에 설치된 ‘민주·인권·평화의 시비’ 앞에서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 낭송도 진행됐고 위령비 앞에 마련된 무대에선 살풀이로 영령들의 한을 달랬다. 이어 위령비에 모두 올라가 손에 단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1980년 5월 주남마을 일대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오월의 아픔을 기억하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을 가슴에 담았다.
김금례(75)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봉사를 위해 참석했지만 이곳에 오면 매번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든다”면서 “주남마을이 간직한 슬픔을 모두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옥(70)씨는 “행사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45년 전 큰 아이가 백일이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기역이 니은이 인권 문화제 추진위원회와 지원2동 주민자치회, 주남마을 주민들이 주최하고 광주광역시와 동구 등이 후원하며 민관이 협력해 개최됐다.
‘기역이 니은이’는 과거 주남마을의 옛 지명인 지한면 녹두밭 웃머리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기억하라! 녹두밭 웃머리”의 초성인 기역과 니은을 상징화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아픔과 상처에서 승화된 치유와 평화를 지향하는 마을공동체를 목표로 주민들이 주도해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주남마을은 1980년 5월 23일 공수부대원들이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발포한 ‘주남마을 인근 양민학살 사건’의 비통한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다. 당시 11공수여단은 마을 인근 도로를 지나던 미니버스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15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공수부대원들은 부상자 중 2명을 마을 뒷산으로 끌고가 총살한 뒤 암매장했다. 주남마을 인근 양민 학살지는 5·18 사적지 제14호로 1998년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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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마을 인근 양민학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홍금숙씨가 ‘기역이니은이 인권문화제’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
홍씨는 “트라우마 때문에 이곳을 오기 쉽지 않았지만 약을 처방받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묘비에 있는 두 분은 저와 같이 와서 사살당한 분이 아닌 또 다른 차량의 희생자이다. 저와 함께 끌려온 분들의 시신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날의 진상이 더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슬픈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해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를 열고 있다.
오전 행사가 끝난 뒤 오후에는 △헌법 속 인권 찾기 퀴즈 △마을 스탬프 투어 △평화의 꽃 피움 등 주남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참석자들이 행사를 다채롭게 즐겼다.
이철성 위원장은 “주민들이 주도한 행사에 찾아온 방문객들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주남마을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해 주길 바란다”면서 “많은 분들이 마을 내 주요 사적지를 탐방하며 숭고한 뜻을 기리고 스스로 그 가치와 의미를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