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슬픔 속 맞은 새해…시·도 “이젠 민생 회복 주력”
비상계엄·참사에 지역민 고통 호소
소상공인 “힘들다는 말도 못 꺼내”
각 지자체, 예산 조기집행 등 나서
상생카드 할인 확대·경영안정자금
지역 소비진작·매출 증대 ‘안간힘’
입력 : 2025. 01. 08(수) 18:06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가운데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새해에도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사진은 ‘임대’ 문구가 붙어 있는 상가 옆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나다운 기자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주변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연말 계엄 사태와 항공기 참사로 인한 분노와 슬픔이 여전히 지역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 음모에 분노한 것도 잠시, 179명의 애꿎은 생명이 무안국제공항에서 숨진 충격과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민생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가운데, 광주시와 전남도가 예산 조기집행과 지역상품권 확대 등 경기 부양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령 선포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연말 대목 기대감을 짓밟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지난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12월 체감경기와 전망경기지수(BSI)는 모두 대폭 하락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체감 BSI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체감 BSI는 53.7로 전월 대비 8.7p 하락했다.

전통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시장 상인들의 지난해 12월 체감 BSI는 49.7로 전월 대비 13.5p 떨어졌다. 소비심리 위축(54.9%)과 정치적 불확실성(28.4%)이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도 어수선한 정국 속에 연말 모임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와 정부, 정치권이 적극 나서 연말 모임을 권유하기도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청사 주변 식당 이용하기 캠페인을 벌였고, 각 부서별로 송년회를 적극 권장했다. 정치권도 연말연시 모임을 만들며 경기 부양에 집중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2월29일, 태국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지역민으로, 광주·전남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회식 등 모임은 실종됐고, 선물을 주고 받는 연말 분위기도 사라졌다.

광주 상무지구의 한 식당 대표는 “예년에 비해 70%정도 손님이 줄었다. 늦은 저녁엔 아예 사람이 보이지 않지만, 누굴 탓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모여 술 마시는 것이 죄짓는 기분일텐데”라며 “새해라고 해도 딱히 뭐가 풀릴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 있다.

광주시는 5개 자치구와 함께 1월 한 달간 광주상생카드 10% 한시 특별할인을 제공한다. 오는 31일까지 한달간 광주상생카드 할인율을 기존 7%에서 10%로 늘렸다. 반값 대중교통 광주 G-패스도 시행하고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2818억원을 투입해 출생아 1인당 50만원 상생카드를 추가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여기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맞춤형 저출생 대응 사업인 육아휴직 대체 근로자 인센티브와 소상공인 아이돌봄, 1인 여성 자영업자의 임신·출산 대체 인력비도 새롭게 지원한다. 중소기업 특례보증 규모 1700억원, 자금지원 3000억원, 경영안정자금 2700억원 확대와 함께 중소금융권 대출이자 지원사업, 전통시장 및 상점가 특성화 사업 등을 신규 추진하는 등 경기 부양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전남도 역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농어민, 취약계층의 어려운 상황 극복을 위해 23개 사업에 예비비 1185억원을 투입하는 ‘긴급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는 등 민생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남도는 자체 예산으로 3500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 할인율을 10%로 확대 지원해 올해 상반기 중 지역 내 소비 진작 및 소상공인 매출 증대 촉진에 나설 예정이다.

경영난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안정자금도 기존 5000억원에서 6500억원으로 1500억원 추가 확대하고, 이자차액도 기존 지원율보다 0.4%p 추가 지원해 실제 부담률도 1~2%대로 낮춘다.

배 재배농가와 수급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복 양식어가, 김 가공업체 등에도 총 91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연료비 상승 및 승객 감소 등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버스·택시 운수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1인당 30만원의 긴급 생활안정자금도 지급한다.

시민 장형철(52)씨는 “새해가 되면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금은 1월이 아니라 13월 같은 느낌이다. 지난해 해결됐어야 할 문제들이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주항공 참사 원인 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보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이 결정돼야 비로소 지역의 얼어붙은 분위기도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노병하·오지현 기자
광주시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