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뽐내자”… 지역 장애인들 ‘e스포츠’로 하나 됐다
● 제1회 나주·광주장애인e스포츠대회
장애인체육회 지원한 전남 첫 대회
자격증 취득 부모 감독·코치 ‘눈길’
“지역 내 대회 전무…인프라 확대를”
장애인체육회 지원한 전남 첫 대회
자격증 취득 부모 감독·코치 ‘눈길’
“지역 내 대회 전무…인프라 확대를”
입력 : 2024. 12. 02(월) 18:22
지난 1일 광주 서구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나주·광주지역 장애인e스포츠대회’에 참여한 선수 및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정성현 기자
“파이팅! 할 수 있다! 해보자!”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이 경기를 뛰는 e스포츠 선수들을 보며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다. 카트라이더 매치에서는 엎치락뒤지락 하는 모습에 ‘네편 내편’ 없이 힘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광주·전남에서 모인 60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은 경쟁도 질투도 없이 e스포츠로 하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제1회 나주·광주 장애인e스포츠대회’가 열렸다.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이 주최하고 나주시장애인체육회, 광주e스포츠교육원이 후원한 이번 대회는 생활체육으로 변모하고 있는 e스포츠를 통해 ‘지역 장애인들의 교류·화합’을 이끌고자 마련됐다. 종목은 △카트라이더(성인·청소년) △닌텐도 볼링 △닌텐도 테니스 등으로, 지역에서 장애인체육회 지원을 받아 e스포츠대회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전접수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대회장에 들어선 장애인 선수·보호자 등은 e스포츠 시설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특히 전남에는 e스포츠경기장이 없어 광주에 마련된 인프라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휠체어를 타고 찾은 한상록(45)씨는 “게임은 남들과 같이해야 제맛인데, 광주는 언제든 와서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어 좋은 것 같다”며 “장애인 친화 시설이 부족할 줄 알았는데 오가는 데 불편함 없이 편의성이 잘 구비돼 있다. 좋은 컨디션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회가 시작되자 ‘하하호호’ 웃던 선수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지난 1년동안 집과 교육기관 등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갈고 닦은 실력을 여실히 뽐냈다.
볼링 부문 청각장애인 이경열(42) 선수는 “과거 볼링 선수를 준비했다. 점차 귀가 들리지 않게 되면서 꿈을 포기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오랜 한을 풀었다”며 “게임이라 그런지 (난이도가) 더 쉬웠다. 그간 오토바이 배달과 연습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다. 점수가 잘 나와 다행”이라고 활짝 웃었다.
아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모자(母子)선수’도 있었다. 전광자(53)씨는 “지난해 장애인e스포츠전국대회(볼링 부문)에서 3등을 했다. 그 영향인지 아들도 e스포츠를 하고 싶다고 해 같이 대회를 준비했다”며 “지역에서는 이런 대회가 많이 없다. 좋은 기회를 통해 가족과 즐거운 추억 만들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일부 경기 심판·코치는 관련 자격증이 있는 ‘장애인e스포츠 선수 부모회’에서 맡았다. 부모들은 보호자로 따라다녀야 하는 특성상 자녀들의 배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했고 결국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을 통해 ‘e스포츠 감독·심판 자격증’을 땄다.
부모회 관계자는 “타 지역의 경우 학교·지자체 등에서 e스포츠 행사를 많이 연다. 광주·전남은 이런 인프라가 없어 이런 소규모 행사가 정말 값지다”며 “그간 나이·실력 등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로 대회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나주시·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도 참여해 장애인e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박소준 나주시의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들이 e스포츠에 열정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지역과 통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문경양 광주시당 장애인위원장은 “AI와 e스포츠는 광주가 ‘꿀잼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다만 e스포츠는 현재 광주시 장애인체육에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당 차원에서 예산 지원 등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 우승은 △카트라이더 학생부 박시후·성인부 김태혁 △닌텐도 볼링 백찬주 △닌텐도 테니스 박광일 선수가 차지했다. 이들에게는 메달과 함께 상품이 수여됐다.
테니스 우승자 박광일(20) 선수는 "광주에서 치른 첫 대회서 값진 성과를 이뤄 뿌듯하다"며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에서 매주 2회씩 훈련한 결과가 이번 시합에서 나온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성황리에 대회를 마친 주최 측은 ‘지역 장애인 게임 산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채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은 “나주시 도움으로 장애인e스포츠행사가 무탈히 마무리 됐다. 이번 사례를 통해 다양한 장애인e스포츠 행사가 개최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지역 장애인e스포츠 인재양성·연구에도 물심양면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이 경기를 뛰는 e스포츠 선수들을 보며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다. 카트라이더 매치에서는 엎치락뒤지락 하는 모습에 ‘네편 내편’ 없이 힘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광주·전남에서 모인 60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은 경쟁도 질투도 없이 e스포츠로 하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제1회 나주·광주 장애인e스포츠대회’가 열렸다.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이 주최하고 나주시장애인체육회, 광주e스포츠교육원이 후원한 이번 대회는 생활체육으로 변모하고 있는 e스포츠를 통해 ‘지역 장애인들의 교류·화합’을 이끌고자 마련됐다. 종목은 △카트라이더(성인·청소년) △닌텐도 볼링 △닌텐도 테니스 등으로, 지역에서 장애인체육회 지원을 받아 e스포츠대회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전접수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대회장에 들어선 장애인 선수·보호자 등은 e스포츠 시설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특히 전남에는 e스포츠경기장이 없어 광주에 마련된 인프라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휠체어를 타고 찾은 한상록(45)씨는 “게임은 남들과 같이해야 제맛인데, 광주는 언제든 와서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어 좋은 것 같다”며 “장애인 친화 시설이 부족할 줄 알았는데 오가는 데 불편함 없이 편의성이 잘 구비돼 있다. 좋은 컨디션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 1일 광주 서구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나주·광주지역 장애인e스포츠대회’에서 한 선수가 닌텐도 볼링 경기를 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
지난 1일 광주 서구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나주·광주지역 장애인e스포츠대회’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카트라이더와 볼링 경기에 임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
볼링 부문 청각장애인 이경열(42) 선수는 “과거 볼링 선수를 준비했다. 점차 귀가 들리지 않게 되면서 꿈을 포기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오랜 한을 풀었다”며 “게임이라 그런지 (난이도가) 더 쉬웠다. 그간 오토바이 배달과 연습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다. 점수가 잘 나와 다행”이라고 활짝 웃었다.
아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모자(母子)선수’도 있었다. 전광자(53)씨는 “지난해 장애인e스포츠전국대회(볼링 부문)에서 3등을 했다. 그 영향인지 아들도 e스포츠를 하고 싶다고 해 같이 대회를 준비했다”며 “지역에서는 이런 대회가 많이 없다. 좋은 기회를 통해 가족과 즐거운 추억 만들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일부 경기 심판·코치는 관련 자격증이 있는 ‘장애인e스포츠 선수 부모회’에서 맡았다. 부모들은 보호자로 따라다녀야 하는 특성상 자녀들의 배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했고 결국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을 통해 ‘e스포츠 감독·심판 자격증’을 땄다.
부모회 관계자는 “타 지역의 경우 학교·지자체 등에서 e스포츠 행사를 많이 연다. 광주·전남은 이런 인프라가 없어 이런 소규모 행사가 정말 값지다”며 “그간 나이·실력 등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로 대회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나주시·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도 참여해 장애인e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박소준 나주시의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들이 e스포츠에 열정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지역과 통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문경양 광주시당 장애인위원장은 “AI와 e스포츠는 광주가 ‘꿀잼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다만 e스포츠는 현재 광주시 장애인체육에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당 차원에서 예산 지원 등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 우승은 △카트라이더 학생부 박시후·성인부 김태혁 △닌텐도 볼링 백찬주 △닌텐도 테니스 박광일 선수가 차지했다. 이들에게는 메달과 함께 상품이 수여됐다.
테니스 우승자 박광일(20) 선수는 "광주에서 치른 첫 대회서 값진 성과를 이뤄 뿌듯하다"며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에서 매주 2회씩 훈련한 결과가 이번 시합에서 나온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성황리에 대회를 마친 주최 측은 ‘지역 장애인 게임 산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채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은 “나주시 도움으로 장애인e스포츠행사가 무탈히 마무리 됐다. 이번 사례를 통해 다양한 장애인e스포츠 행사가 개최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지역 장애인e스포츠 인재양성·연구에도 물심양면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나주광주 장애인e스포츠대회’에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출전해 행사를 즐기고 있다. 정성현 기자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