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은 말로 된 삿된 것을 부순다"
[신간]김택근의 묵언
김택근│동아시아│1만9800원
입력 : 2024. 11. 21(목) 15:01
김택근의 묵언.
‘김대중 자서전’과 ‘새벽: 김대중 평전’의 저자 김택근은 시인이자 ‘문장의 고수’로 알려졌다.

김 작가는 경향신문에서 30년간 편집기자로 일하며 얻은 단단한 논리와 시적 정서로 중언부언한 설명보단 본질에 집중한다. 그의 글은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의 기록처럼도 읽히는데 이는 현실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그의 칼럼은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꾸짖고, 국가적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으며, 잃어버린 시절과 자연을 노래했다.

새로 출간된 ‘김택근의 묵언’은 독자들에게 성찰의 시선을 권하는 인문 에세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는 ‘묵언’의 사전적 뜻은 ‘말을 하지 않음’이다. 김 작가는 묵언의 의미에 대해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라며 “말이 극도로 오염된 시대에 묵언은 정화이자 성찰”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에서 ‘삿된 것’은 주로 ‘폭력’을 나타낸다. 오랜 역사 속에 사라지지 않고 내재한 광범한 폭력의 줄기와 시대적 현상을 짚으며 학살과 같은 국가적 폭력도 묘사한다.

책은 1부 ‘네 죽음을 기억하라’, 2부 ‘이름도 병이 든다’, 3부 ‘말이 모든 것을 말한다’, 4부 ‘그러므로 나는 당신입니다’, 5부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점점 사라져 가는 소중한 가치들과 현실의 세태를 주로 다루는 1·2부와 국내 정치에 깃든 삿됨을 고발하고 평화와 생태에 주목하는 3·4부를 지나 마지막 5부에서는 저자가 인연을 맺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글로 추린다.

전북 정읍 출신인 김 작가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조국 근대화’와 ‘정의사회 건설’이라는 국가 폭력의 다른 이름 아래 희생돼 왔던 소중한 생명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폭력의 실체를 발가벗겨 폭력 유발자들을 상기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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