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작가 예술계 정착 돕고 예술 네트워크 확장
새로쓰는 예향 지리지<4>레지던시
광주서 전국 최초 레지던시 생겨
광주시립미술관 ‘팔각정 창작공방’
지역·해외 작가 교류 시스템 발전
“임대료 부담없이 작업공간 확보”
입력 : 2024. 10. 06(일) 18:35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예술인지원센터 전경.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예술가들에게 일정기간 동안 거주 개념을 포함한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미술관 등의 예술 창작 기관이나 단체가 운영하며 예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러한 창작공간은 국내에서는 그 역사가 길지 않지만, 신진작가가 예술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돕고 유망주를 가려낸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을 이어왔다. 이러한 레지던시 형태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곳은 놀랍게도 광주다. 광주 아트씬에서 레지던시는 어떤 모습으로 영향을 미쳤을까?

●국내 첫 레지던시 ‘팔각정 창작공방’

한국에서 최초로 정부 주도로 작가 레지던시가 세워진 곳은 ‘광주’다. 광주시립미술관이 1995년 중외공원 광주비엔날레 본관 근처에 창작스튜디오 형태의 레지던시 ‘팔각정 창작공방’을 운영했다. 이를 시초로 광주시립미술관은 팔각정창작스튜디오(1995~2011년), 양산동창작스튜디오(2004~2013년) 등을 선보이면서 국내 국공립미술관 레지던시 사업의 참고사례로 손꼽히곤 했다.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은 남구 사직길에 위치한 옛 전남여성회관을 리모델링한 청년예술인지원센터(2016~)와 미술관 인근에 있는 국제레지던시(2017~)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예술인지원센터는 광주의 청년세대 작가들을 대상으로 매년 10여명 안팎의 인원을 선정한다. 지역 청년작가들은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광주시립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전문작가로 자생할 수 있는 힘과 정체성을 키운다.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전경.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광주시립미술관이 위치한 북구 중외공원 내에 있는 국제레지던시도 1년 단위로 참여작가들을 선정한다. 국제레지던시의 경우 광주작가는 1년간 작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해외작가는 국제교류를 통해 2~3개월 단위로 입주해 활동한다.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은 대만 타이난시, 독일 뮌헨·라이프치히와 국제레지던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도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예술가 등을 대상으로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ACC에서 스튜디오를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해외 참여자들은 서구 농성동에 있는 숙소에 거주할 수 있다. ACC 레지던시의 경우 단순 미술작업을 넘어 예술과 과학, 기술 등을 매체로 확장된 논의를 이끈다.

올해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예술인지원센터 레지던시에 입주한 엄기준 작가는 안정적인 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엄 작가는 “지역 청년세대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레지던시가 광주에 7곳 정도 있다. 적지 않은 수인데, 일단 임대료 부담 없이 안정적인 작업공간은 확보할 수 있어 메리트가 크다”며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작가들, 큐레이터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최근 작가들끼리 기획전 ‘2024년 입주예술인전_MIX·혼’을 직접 기획해 선보였는데, 굉장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 문화 소외지역 예술 매개로 ‘활력’

광주에서는 민간 영역의 레지던시도 활발히 전개됐다. 대표적으로 광주의 복합문화공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가 있다. 옛 선교사 사택을 리모델링한 호랑가시나무 창작소에 해외작가들을 입주시켜 이들의 창작활동과 교류 네트워크를 돕는다. 광주뿐 아니라 전국 대상으로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국내작가를 선정하기도 해 교류의 확장성을 넓혀갔다.

은암미술관은 옛 한옥주택을 리모델링한 레지던시 ‘계림예술창작촌 스튜디오’를 비정기적으로 운영해 왔다. 계림창작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은 구도심 재개발 지역으로 공·폐가가 많은데, 작가들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오픈스튜디오 워크숍, 결과보고 전시 등을 진행하면서 동네 분위기가 환기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대안공간, 독립큐레이터 그룹들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대안복합문화공간 산수싸리는 지난해 10년 넘게 비어있던 유휴공간 월산파출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역시 재개발 지역으로 고령인구가 높아 대표적인 문화소외 지역이었던 월산파출소 일대가 예술을 매개로 활력이 생기는 효과로 이어졌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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