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삼성의 ‘사업보국’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4. 04. 25(목) 17:01
이용환 논설실장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사업보국을 위한 사명감이다.” 1974년 12월, 삼성전자 이병철 회장이 집적회로용 웨이퍼 제조공장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반도체가 막 태동되던 시기, 한국반도체는 반도체의 전 단계인 규소박판 가공 공정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단호했다.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1966년 한국비료로 최대 위기에 놓였던 삼성에게 한국반도체는 손실과 굴욕을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게 이 회장의 회고다.

이 회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삼성전자는 한국반도체가 생산한 칩으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창업 8년만에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금성사를 앞지르고 국내 전자산업의 정상에 올랐다. 1977년에는 주력 제품이던 ‘이코노 TV’가 300만대 생산을 돌파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모래에서 완제품까지’를 모토로 일관공정도 완성시켰다. 1978년에는 흑백 중심의 TV시장에서 벗어나 컬러TV의 시대도 열었다. ‘신기술 개발에서는 한국반도체를 가진 우리가 경쟁사에 비해 월등했다’는 게 당시 삼성전자를 이끌던 강진구 사장의 이야기다.

본격적인 반도체 생산에도 나섰다. 70년대 말까지 메모리 칩 생산에 머물렀던 삼성은 1983년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을 맡은 후 국내 최초로 8000자를 기억하는 64K DRAM 메모리를 개발했다. 10년 뒤인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한글 400만 자를 기억하는 64M DRAM을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문화재청도 지난 2013년 64K DRAM을 국가등록유산으로 등록했다. ‘집적회로의 실용화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전이를 가속화 시켰다’는 게 문화재청의 평가다.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업계 최초로 ‘1테라비트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했다. 이번에 개발한 9세대 V낸드는 업계 최소 크기의 셀과 최소 두께를 구현해 데이터의 밀도를 이전 세대 대비 1.5배 늘렸다고 한다. 데이터의 입·출력 속도도 33% 늘어난 3.2Gbps에 이른다. 올 하반기에는 하나의 셀에 4비트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QLC 9세대 V낸드’도 양산할 계획이다. 웨이퍼를 가공해 반도체와 비슷한 칩을 생산한 지 올해로 꼭 50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삼성의 ‘사업보국’을 위한 반도체 신기술 개발이 듬직하고 미덥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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