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79> 또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입력 : 2022. 12. 22(목) 12:48
또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박하선
시간은 유수 같다고 했습니다

정말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한 것 없이 시간만 또 가고 말았다고 저는 푸념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슴 뿌듯한 한 해 였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술 취한 검은 개호랑이가 광대처럼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신나는 한 판이겠습니까.

덕분에 소외된 이들에게는 걱정만 자꾸 쌓여갑니다.

우리의 역사에 있어서, 아니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선과 악은 항상 대립하면서 싸워왔던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과 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기분전환 겸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찬바람을 뚫고 고창의 어느 들녘에 섰습니다.

해는 짧아서 벌써 졌고

붉게 물든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애처로운가 싶었을 때

가창오리들의 군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만 보여주는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도 운이 좋은 날이라지요.

힘든 한 해를 마감해 가는 길목에서

하늘이 내린 계시를 보는 듯한 이 풍경

먼 옛날의 설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가창오리들이 조류독감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농약 살포라는 날벼락을 맞고 있다고 하니

이 일을 또 어찌 해야 할까요.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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