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34-2>“쉬고 싶지만, 먹고 살아야죠”…노인들의 고단한 리어카
●광주 폐지 수집 노인들 만나보니
새벽 3시에 나와 하루 2만원 벌어
덥지만 화상 피하려 긴팔·긴바지
휴식 취할 곳 없어 온열질환 위험
市, 폭염 보호용품 배부 등 지원책
새벽 3시에 나와 하루 2만원 벌어
덥지만 화상 피하려 긴팔·긴바지
휴식 취할 곳 없어 온열질환 위험
市, 폭염 보호용품 배부 등 지원책
입력 : 2025. 07. 06(일) 18:47

4일 오전 6시께 찾은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고물상.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폐지를 수집한 노인들이 고물상을 찾았다. 이정준 기자
“이런 무더위 속에서 일하면 정말 너무 어지러워요. 쉴 곳도 없고, 물이라도 좀 나눠주면 좋을 텐데….”
광주지역 한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숨막히는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지만, 생계를 위해 무더위 속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폐지 수집을 하는 노인들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온열질환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 더워 죽거나 굶어 죽거나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4일 오전 6시께 찾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한 고물상.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한낮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노인들은 폐지가 잔뜩 담긴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을 방문했다.
고물상 안에 들어서자 노인들은 굽은 허리와 왜소한 팔로 끌고 온 폐지 수집 손수레를 잠시 멈춘 채 모자에 손을 넣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이들은 대부분 햇볕을 막기 위한 팔 토시나 긴팔 옷, 밀짚모자, 마스크 등으로 전신을 감쌌으며, 손수레나 리어카에 양산을 매달은 노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준비는 뜨겁게 작열하는 햇빛 앞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아침인데도 그들의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박인수(77)씨는 “요즘 같은 여름에는 햇볕이 너무 강해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야한다. 한낮에는 돌아다니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폐지를 줍다가 너무 어지러울때는 길가에 앉거나 나무 그늘을 찾아 쉬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에 두껍게 껴입는 것은 상관없지만, 여름철에는 아무리 더워도 햇빛이 너무 강해 긴 팔과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0년째 폐지 줍는 일을 하는 박씨는 새벽부터 집에서 나와 폐지와 고철 등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하루 2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김경자(73)씨도 “무더운 날씨때문에 요즘 오전 3시부터 집에서 나와 오전 내내 폐지를 줍고 해가 지면 또 나온다. 햇빛을 막기 위해 긴팔과 긴바지, 장갑, 모자들을 필수로 착용해야 하니 더 더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물상에는 더위 속에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인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에 도착한 서항수(73)씨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고물상 주인이 나눠준 물을 들이켰다.
서씨는 “이런 폭염 속에서 내 몸의 두배가 되는 무게의 리어카를 가지고 돌아다니니 너무 더워서 쓰러질 것 같다. 돈을 벌려면 더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길 한복판에 쉴 곳도 마땅치 않으니 그냥 길가에 앉아서 쉰다”며 “리어카를 끌 때도 햇빛때문에 손잡이가 뜨거워져서 제대로 잡지도 못한다. 지자체에서 장갑이라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씨에 이어 자전거에 폐지를 한가득 묶어 힘들게 고물상에 도착한 강성우(74)씨. 강씨 역시 이마는 이미 땀으로 가득했으며 사용하던 장갑도 축축한 상태였다.
강씨는 “폐지 값도 얼마 안 돼 몇 시간동안 계속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다보니 쉽게 땀범벅이 된다”며 “우리같은 노인들은 몸이 약해 위험하고 특히 이런 여름철엔 더 그렇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물상 관계자는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이른 아침임에도 하루에 10명씩은 방문한다”고 전했다.
폐지 수집 노인들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도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 폐지 수집 어르신 600여명을 대상으로 차양모자, 형광토시, 쿨링물티슈, 쿨타월, 쿨파스, 벌레약, 폭염 행동요령 안내문 등이 포함된 보호용품 꾸러미를 배부하고 있다.
폐지 수집 어르신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도입한 여름철 대체 일자리인 ‘자원재생활동단’을 올해도 운영할 예정이다.
정미경 광주시 자원순환과장은 “폭염 등 위험 속에서도 생계를 이어가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폭염 보호 대책을 지속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광주지역 한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숨막히는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지만, 생계를 위해 무더위 속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폐지 수집을 하는 노인들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온열질환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 더워 죽거나 굶어 죽거나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4일 오전 6시께 찾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한 고물상.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한낮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노인들은 폐지가 잔뜩 담긴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을 방문했다.
고물상 안에 들어서자 노인들은 굽은 허리와 왜소한 팔로 끌고 온 폐지 수집 손수레를 잠시 멈춘 채 모자에 손을 넣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이들은 대부분 햇볕을 막기 위한 팔 토시나 긴팔 옷, 밀짚모자, 마스크 등으로 전신을 감쌌으며, 손수레나 리어카에 양산을 매달은 노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준비는 뜨겁게 작열하는 햇빛 앞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아침인데도 그들의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박인수(77)씨는 “요즘 같은 여름에는 햇볕이 너무 강해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야한다. 한낮에는 돌아다니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폐지를 줍다가 너무 어지러울때는 길가에 앉거나 나무 그늘을 찾아 쉬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에 두껍게 껴입는 것은 상관없지만, 여름철에는 아무리 더워도 햇빛이 너무 강해 긴 팔과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0년째 폐지 줍는 일을 하는 박씨는 새벽부터 집에서 나와 폐지와 고철 등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하루 2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김경자(73)씨도 “무더운 날씨때문에 요즘 오전 3시부터 집에서 나와 오전 내내 폐지를 줍고 해가 지면 또 나온다. 햇빛을 막기 위해 긴팔과 긴바지, 장갑, 모자들을 필수로 착용해야 하니 더 더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물상에는 더위 속에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인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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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6시께 찾은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고물상.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폐지와 고철 등을 모은 노인이 폐지값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정준 기자 |
서씨는 “이런 폭염 속에서 내 몸의 두배가 되는 무게의 리어카를 가지고 돌아다니니 너무 더워서 쓰러질 것 같다. 돈을 벌려면 더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길 한복판에 쉴 곳도 마땅치 않으니 그냥 길가에 앉아서 쉰다”며 “리어카를 끌 때도 햇빛때문에 손잡이가 뜨거워져서 제대로 잡지도 못한다. 지자체에서 장갑이라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씨에 이어 자전거에 폐지를 한가득 묶어 힘들게 고물상에 도착한 강성우(74)씨. 강씨 역시 이마는 이미 땀으로 가득했으며 사용하던 장갑도 축축한 상태였다.
강씨는 “폐지 값도 얼마 안 돼 몇 시간동안 계속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다보니 쉽게 땀범벅이 된다”며 “우리같은 노인들은 몸이 약해 위험하고 특히 이런 여름철엔 더 그렇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물상 관계자는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이른 아침임에도 하루에 10명씩은 방문한다”고 전했다.
폐지 수집 노인들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도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 폐지 수집 어르신 600여명을 대상으로 차양모자, 형광토시, 쿨링물티슈, 쿨타월, 쿨파스, 벌레약, 폭염 행동요령 안내문 등이 포함된 보호용품 꾸러미를 배부하고 있다.
폐지 수집 어르신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도입한 여름철 대체 일자리인 ‘자원재생활동단’을 올해도 운영할 예정이다.
정미경 광주시 자원순환과장은 “폭염 등 위험 속에서도 생계를 이어가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폭염 보호 대책을 지속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