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후원(後園)·임효경>작은 땅의 야수들
임효경 완도중 前 교장
입력 : 2025. 06. 17(화) 15:53

임효경 완도중 前교장.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하얀 옷을 입은 동방의 조용한 나라, 단일 민족의 조선이 아니다. 광주 월곡동에 가면 고려인마을이 있고, 학교가 있고, 문화센터가 있다. 그곳에 네팔 민간영사관을 겸하는 한 병원을 가면,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 이주민들의 인구가 260만명을 넘고, 호남지역에도 15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터키나 동남아 여행을 해보면 한국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이 많아 여행의 기쁨이 배가 되는 것을 경험한다. 그 땅의 젊은이들이 한국말을 배우려 하고, 유학을 오고,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들어오려 한다. K-DREAM이다.
내가 근무했던 완도에서도 어선, 해산물 가공 공장 등 힘쓰는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사람들이었다. 아들까지 불러들여 해물 식당에서 일하는 가족을 보았다. 그들은 곧 부자가 될 것이라고 아주 신이 나서 열심히 일을 했다.
요즘 미국은 이주민들을 배척하고 그들을 쫓아내려고 혈안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도로를 가득 메운 히스패닉들과 인도인들을 몰아낸다면, 과연 미국의 그 풍요로운 문화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최근에 미국을 다녀온 지인에 의하면 미국 대도시 거리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사람들이 인도인들이란다. 미국 LA 공항에서 환승해 남미 페루로 넘어가야 했던 지난해 겨울, 미국이 거대한 몸집을 얼마나 느리게 움직이는지를 체감했다. 그곳을 그냥 거쳐 가는데 5시간을 줄서서 기다려야 했다. 출입국 직원들은 옆 칸의 직원이랑 잡담을 나누고 시시덕거렸다. 여권 검토하고 도장 찍어주는 일이 그렇게 느리게 처리할 일일까 싶었다. 한숨이 나왔다. 그 수많은 공항 종사자 중에 코 큰, 정통 백인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 작가)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조선이라는 작은 반도 나라는 대국(大國)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며, 갖은 수모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존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난하고 무지했지만 독립의 의지를 불태웠고 은근하게 자식의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았다. 야수들처럼 독립을 쟁취했고 전쟁 중에 그 배고픔과 서러움을 다 이겨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부족한 천연자원을 탁월한 인적자원으로 대신하면서 초고속 경제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보였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 묻혀 살아가면서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민족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우리랑 친구하려 한다. 저녁에 돌아다녀도 안전한 나라, 뛰어난 건축술로 매년 바뀌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풍경의 나라다. 온수, 겨울엔 히터와 여름엔 에어컨, 심지어 사용료가 없는 화장실 문화의 나라다. 배우기 쉽고 컴퓨터 자판에 최적화된 한글의 나라, 그래서 문맹이 거의 없는 나라다. 최첨단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다.
우리 이제 가슴을 펴며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온 우리들을 참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넓은 품으로 세계를 품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땅의 수많은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이 나라의 야수들이지 않을까?
올해부터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중국어 원어민을 만나 일주일 한 번씩 2시간의 수업을 받는다. 서 선생님은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박사 코스를 밟으러 왔다. 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던 한국 남자로부터 ‘밥 같이 먹을래요?’에 ‘좋아요’ 했다가 결혼을 했다. 세 아이를 낳았다.
우리는 중국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큼하다고 치부했지만, 겪어보니 그들은 매사 신중하다. 작은 것에도 숙고하며, 생각을 전개하고 논리를 세운다. 50분 수업을 위해 10시간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녀는 강단과 부드러움을 다 갖춘 철학자 같다.
중국어가 배우기 참 어렵다고 하니까, 서 선생님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녀도 5살부터 죽어라 쓰고 암기하고 공부했단다. 한자를 익히는데 영어도 알아야 하고, 한시(漢詩) 암송도 필수 교육 과정이란다. 어려움 가운데에도 세 아이를 꿋꿋이 한국과 중국의 아이로 키워가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파이팅, 서 선생님!!! 이 땅에 와 있는 그들은 우수한 야수들인 것이다. 우리도 그들로부터 배울게 많다.
수고가 없으면 성과도 없다. 우리가 작은 나라, 조선으로서 천대받고 박해 받았지만 수고를 하면서 자손의 교육에 힘쓰고 인적 자원을 키워내 이렇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 품으로 들어와 손잡고 나아가자고 한다. 수고스러울 것이다.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니까. 우리는 해 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야수들이 있는 대.한.민.국.이니까.
내가 근무했던 완도에서도 어선, 해산물 가공 공장 등 힘쓰는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사람들이었다. 아들까지 불러들여 해물 식당에서 일하는 가족을 보았다. 그들은 곧 부자가 될 것이라고 아주 신이 나서 열심히 일을 했다.
요즘 미국은 이주민들을 배척하고 그들을 쫓아내려고 혈안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도로를 가득 메운 히스패닉들과 인도인들을 몰아낸다면, 과연 미국의 그 풍요로운 문화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최근에 미국을 다녀온 지인에 의하면 미국 대도시 거리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사람들이 인도인들이란다. 미국 LA 공항에서 환승해 남미 페루로 넘어가야 했던 지난해 겨울, 미국이 거대한 몸집을 얼마나 느리게 움직이는지를 체감했다. 그곳을 그냥 거쳐 가는데 5시간을 줄서서 기다려야 했다. 출입국 직원들은 옆 칸의 직원이랑 잡담을 나누고 시시덕거렸다. 여권 검토하고 도장 찍어주는 일이 그렇게 느리게 처리할 일일까 싶었다. 한숨이 나왔다. 그 수많은 공항 종사자 중에 코 큰, 정통 백인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 작가)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조선이라는 작은 반도 나라는 대국(大國)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며, 갖은 수모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존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난하고 무지했지만 독립의 의지를 불태웠고 은근하게 자식의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았다. 야수들처럼 독립을 쟁취했고 전쟁 중에 그 배고픔과 서러움을 다 이겨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부족한 천연자원을 탁월한 인적자원으로 대신하면서 초고속 경제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보였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 묻혀 살아가면서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민족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우리랑 친구하려 한다. 저녁에 돌아다녀도 안전한 나라, 뛰어난 건축술로 매년 바뀌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풍경의 나라다. 온수, 겨울엔 히터와 여름엔 에어컨, 심지어 사용료가 없는 화장실 문화의 나라다. 배우기 쉽고 컴퓨터 자판에 최적화된 한글의 나라, 그래서 문맹이 거의 없는 나라다. 최첨단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다.
우리 이제 가슴을 펴며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온 우리들을 참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넓은 품으로 세계를 품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땅의 수많은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이 나라의 야수들이지 않을까?
올해부터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중국어 원어민을 만나 일주일 한 번씩 2시간의 수업을 받는다. 서 선생님은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박사 코스를 밟으러 왔다. 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던 한국 남자로부터 ‘밥 같이 먹을래요?’에 ‘좋아요’ 했다가 결혼을 했다. 세 아이를 낳았다.
우리는 중국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큼하다고 치부했지만, 겪어보니 그들은 매사 신중하다. 작은 것에도 숙고하며, 생각을 전개하고 논리를 세운다. 50분 수업을 위해 10시간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녀는 강단과 부드러움을 다 갖춘 철학자 같다.
중국어가 배우기 참 어렵다고 하니까, 서 선생님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녀도 5살부터 죽어라 쓰고 암기하고 공부했단다. 한자를 익히는데 영어도 알아야 하고, 한시(漢詩) 암송도 필수 교육 과정이란다. 어려움 가운데에도 세 아이를 꿋꿋이 한국과 중국의 아이로 키워가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파이팅, 서 선생님!!! 이 땅에 와 있는 그들은 우수한 야수들인 것이다. 우리도 그들로부터 배울게 많다.
수고가 없으면 성과도 없다. 우리가 작은 나라, 조선으로서 천대받고 박해 받았지만 수고를 하면서 자손의 교육에 힘쓰고 인적 자원을 키워내 이렇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 품으로 들어와 손잡고 나아가자고 한다. 수고스러울 것이다.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니까. 우리는 해 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야수들이 있는 대.한.민.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