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과유불급
최동환 논설위원
입력 : 2025. 06. 17(화) 18:00
최동환 논설위원
우리 삶에는 ‘적당함’이라는 미덕이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공자도 이를 경계했다. ‘논어’ 선진편에서 제자인 자공이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답하며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는 말을 남겼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결국 공자는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강조한 셈이다.

현대 사회는 과열된 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가 일상화된 시대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택·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번지며 또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 완화가 기폭제가 돼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대출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

‘영끌’이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시대의 자화상이다.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LTV 규제가 강화되자 “지금 아니면 내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조급증이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빚을 내서라도, 모든 자산을 긁어모아서라도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집착은 곧 영끌 광풍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과열이 결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키우고,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 불안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지나친 욕심은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에 짐이 되었다.

지금의 영끌 열기도 다르지 않다. 기대감에 편승한 과도한 대출은 금리와 경기 변동이라는 작은 변수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리 상승,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되면서 영끌의 그늘이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했다. 무리한 선택은 결국 개인의 삶을 옥죄고 시장 전체의 불안을 키운다는 점에서 과유불급의 교훈을 다시금 일깨운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 삶과 경제, 사회 전반에서 균형과 절제가 필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급한 조급증이 아니라 긴 호흡의 안목과 책임 있는 판단이다. 과유불급의 지혜를 마음에 새기며,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길을 걸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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